박세리가 프로로 전향한뒤 빈 자리가 클것으로 예상됐던 한국 여자
아마추어골프는 한희원 (18.서문여고3)과 박지은 (17.미 호라이즌고3.
그레이스박)이라는 당찬 신예들이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은 지난 10일 끝난 제17회 세계 아마추어 여자골프대회에서 한국이
최초로 우승하는데 주역이었다.

"골프올림픽"으로 불리는 이 대회는 지금까지 미국이 12번, 스웨덴이
4번, 그리고 한국이 세번째로 우승등록을 할만큼 아마추어로는 권위있는
대회이다.

박은 94년에 이어 96시즌에도 미국 주니어 골프대회 최우수선수로
뽑힌 꿈나무.

박은 금년에 미 주니어대회 8연승을 포함, 10승을 거두면서 주니어
무대에서는 "무적"을 자랑하고 있다.

미 골프협회 발행 "골프저널"이 96 주니어 챔피언십과 아마추어
선수권에서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친 박에 대해 두장의 사진과 함께 장문의
기사를 실을 정도다.

<> 과거

둘은 초등학교(박-리라, 한-개일)때부터 둘도없는 라이벌이었다.

아버지의 권유로 일찍 골프를 시작한 것까지 같은 이들은 그러나 박이
초등학교를 마치고 미국 유학을 가는 바람에 대결 횟수가 줄어들었다.

일본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아성을 굳혀가던 둘은 태평양을 오가며
세번의 직접대결을 벌인 적이 있다.

승수는 한이 2승1패로 우세.

91 미 옵티미스트월드 주니어대회 (13~14세급)에서 한이 1위, 박이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듬해 일본에서 열린 저팬컵대회에서는 박이 연장끝에 한을
누르고 우승했다.

1승1패가 된 셈.

95년 미국 마이애미에서는 실질적 세계 주니어대회격인 "오렌지볼
월드주니어대회"가 열렸다.

4라운드 경기였는데 여기에서 다시 한이 1위, 박이 2위에 올라 현재까지
한이 우세를 보이고 있는 것.

<> 미래

두 선수는 내년 대학에 진학한다.

한은 일본 교토의 류코쿠대, 박은 미국 애리조나주립대다.

모두 골프명문학교로 "특급" 대우를 해주고 두 선수를 스카우트했다.

두 선수는 약속이나 한듯 대학을 1,2학년 다니다가 프로로 전향할 뜻을
세웠다.

두 선수의 라이벌 대결은 어떻게 보면 이제부터다.

대한민국 국적으로 세계 양대 골프고장에서 누가 더 "필드의 외교관"
으로서 명성을 굳힐지는 지금부터의 성적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 김경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