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은 낯설지 않은 질병이지만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빈혈환자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쉽게 피로해지며 기운이 없고 현기증
쇠약감을 느낀다.

빈혈의 원인은 여러가지이나 가장 흔한 것은 몇가지에 불과해 예방과
조기치료가 쉬운 질병이다.

빈혈은 적혈구내 혈색소인 헤모글로빈의 감소로 혈액이 산소를 세포로
운반하는 역할이 떨어지는 질병이다.

혈중 헤모글로빈의 농도가 남자의 경우 13g/dl이하, 여자의 경우는
12g/dl이하면 빈혈로 진단된다.

적혈구는 골수에서 만들어지는데 혈액을 만드는 원료가 부족하거나 적혈구
생성경로에 이상이 생겨 적혈구의 형태나 기능에 결함이 생기는 것이 빈혈
이다.

가장 흔한 철결핍성 빈혈은 성장기 어린이에게 충분한 영양분이 공급되지
못하거나 성인여성이 월경으로 출혈이 심할때, 임신으로 태아에게 양분을
뺏길때 생긴다.

특히 사춘기여성은 성장과 월경으로 60%가량 빈혈에 걸린다고 한다.

울산대 서울중앙병원 서철원교수(혈액종양내과)는 "임신후 3개월부터
출산까지 6개월가량 철분제제를 반드시 복용해야 한다"며 "임신직후에
복용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또 어떤 철결핍성 빈혈이든 6개월가량 철분제제를 복용하고 헤모글로빈치가
정상치로 회복된후에도 2~4개월정도 더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현재 철분제제는 정제와 액제형태로 시판되고 있는데 액제는 메스꺼움이
덜하고 흡수율이 다소 높은 장점이 있으나 하루섭취 권장량인 120~200mg의
철분을 섭취하려면 10여배의 비용이 더드는 단점이 있다.

서교수는 "철분제제 복용으로 인한 메스꺼움을 줄이려면 식사직후 빈혈약을
복용하고 서서히 약물이 방출되는 서방형정제로 바꿔야 한다"며 "그래도
극복되지 않을 경우에는 액제를 복용하거나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남성에게는 위암 위궤양으로 위수술을 받거나 각종 소화.배변기관에
출혈이 많이 일어나 빈혈이 생기기 쉽다.

위절제술을 받으면 비타민 B12를 흡수하는 내인자가 소실돼 빈혈이
일어난다.

비타민 B12와 엽산이 결핍되면 적혈구를 만드는 DNA의 염기구조물이
만들어지지 않아 정상적혈구보다 크지만 혈액운반기능이 없는 적혈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철분및 비타민 등의 결핍으로 인한 빈혈 다음으로 많은 것이 재생불량성
빈혈이다.

혈액을 만드는 골수의 기능이 억제되거나 파괴될때 나타난다.

골수를 자극하는 안드로겐이나 면역기능을 강화하는 항림프구 면역글로불린
또는 항흉선세포 면역글로불린 등이 치료제로 사용된다.

더욱 심하면 골수이식이 시도된다.

벤젠 휘발유 등 유기용매를 다루는 사람들은 골수기능이 약화될 우려가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서교수는 "간질환 만성감염 등으로 인한 빈혈환자는 우선 원인질환을
치료하고 심할 경우 수혈을 병행해야 한다"며 "정기적인 정밀검사가 요구
된다"고 강조했다.

아주대 의료원 혈액종양내과 김현수교수는 "빈혈과 기립성 저혈압을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며 "기립성 저혈압은 혈액은 충분하나 갑자기
일어나는 경우 혈액이 다리쪽에서 뇌쪽으로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잠시
어지러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평소 적절히 운동하고 일어나기 전에 팔다리의 근육을 수축하면 기립성
저혈압에 의한 어지럼증을 개선시킬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정종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