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19, 아스트라)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배짱이다.

첫날 경기후 박세리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우승 못할 것도 없다. 조건은 모두 동등한 것 아닌가"

19세 나이와 경쟁자들의 면면으로 볼때 박의 태도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당돌하다.

"거리나고, 퍼팅할때 얼지 않고, 남이 버디를 잡아도 덤덤하면"

골프의 집중이 이뤄지는 법.

박세리는 어린나이에 그런 승부사적 골프를 선보이고 있다.

18일 일동레이크GC (파72,6,377야드)에서 벌어진 96 삼성세계여자골프
선수권대회 2라운드 경기에서 박세리는 버디 6개에 보기 1개로 5언더파
67타를 쳤다.

전날 68타를 합쳐 총 9언더파 135타로 지난해 우승자 애니카 소렌스탐
(스웨덴)과 공동선두.

박은 막바지 17번홀 (파4,364야드)에서 회심의 1.5m 버디로 단독
선두라는 고지점령에 성공했으나 마지막조의 소렌스탐도 역시 17번홀
버디로 다시 공동선두로 따라 붙었다.


<>.미 LPGA 공식대회, 그것도 톱 랭커 16명만이 참가한 엘리뜨대회에서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한국의 "세리 박"이 선두에 나서자 미 관계
인사나 선수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들이다.

이날 박의 동반자인 발 스키너 (미)는 박의 기세를 꺽으려는듯 클럽을
자주 바꾸는 등 타이밍를 빼앗으려 했으나 박은 오히려 덤덤했다.

박이 이틀간 총 11개의 버디를 잡았다는 것도 배짱이 승부욕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증거.

"한 두번은 잘 칠수 있다. 그러나 남은 이틀간이 문제일껄"

아마 다른 선수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같은 "불멸의 예측"을 뒤집을 기회는 박의 손바닥에 있는 셈.

3라운드가 그녀에겐 가장 중요할 것이다.

골프에 가정법은 필요없지만 "만약" 박이 우승하면 내년도 US여자오픈에
출전한다.

대회 규정상 이번대회 우승자는 자동 출전권이 주어지고 박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라는 미 LPGA의 얘기다.

어쨋거나 박은 이날까지 "19세의 터미네이터"이다.

<>.박은 전날 후반 5개의 버디에 강한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박은 이날 동반자인 발 스키너보다 20야드 이상 드라이버 거리를 냈고
중거리 버디를 신들린듯 떨어뜨렸다.

전반 버디2에 보기1개로 35타를 친 박은 후반들어 11번홀부터 13번홀까지
3연속 버디로 솟구쳤다.

거리는 각각 6m, 1m, 4m였다.

박은 "아이언의 정교함이 떨어진다"는 첫날의 지적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날 어프로치샷 (그린을 향한 샷)은 핀주위를 맴돌았다.

"클럽이 기막히게 떨어졌다"는 평가.

박은 그린 미스가 하나도 없었는데 15번홀 (파5)에서 투온후 "3퍼트
파"가 아까웠다.

유일한 보기는 역시 3퍼팅 때문.

박은 이지홀인 10번홀 (파4,382야드)에서 약 70cm 파퍼팅을 실패하며
3퍼트 보기를 범했다.

애니카 소렌스탐은 버디 5에 보기 2개로 이날 3언더파 69타를 쳤다.

박과 소렌스탐은 3라운드에서 다시 마지막조의 "황금 대결"을 펼치게
됐다.

공동 3위 (발 스키너, 마리안 모리스)는 6언더파 138타로 선두와
3타차이다.

이날 2라운드 경기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 출전중인 현대의 김재박
감독이 관전하며 머리를 식히기도 했다.

김감독은 80대중반 스코어를 낸다고.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