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골프에서도 "4전5기"라는 말이 통용됐다.

프로테스트에 4번 도전했다가 실패한후 5번째만에 합격했다든가,
오픈대회에서 4번 2위를 하고 5번째만에 우승했을 경우 이 말을 쓴다.

최경주 (27.슈페리어)가 그 4전5기의 주인공이 됐다.

올 시즌들어 캠브리지.슈페리어.필라오픈.SBS최강전에서 2위를 한
최경주는 내셔널타이틀인 한국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최는 덕분에 시즌 상금도 1억원을 돌파하면서 박남신을 제치고 랭킹1위로
치솟았다.

최는 15일 한양CC 신코스 (파72.전장 6,383m)에서 열린 엘로드배 제39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 (총상금 40만달러) 4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기록, 합계 9언더파 279타로 김종덕을 1타차로 제치고 시즌 첫승을
거두었다.

최는 우승상금으로 7만달러 (약 5,600만원)를 획득, 시즌상금이
1억4,152만원이 됐다.

남자프로가운데 시즌중 상금액이 1억원을 돌파하기는 최가 처음이다.

3라운드에서 69타를 치며 1타차 선두에 나선 최는 최종일 버디5
보기1개로 4언더파 68타의 호기록을 냈다.

한양CC 신코스가 중문 관악 (신코스)CC에 이어 국내 난코스로 이름난
점을 감안하면 선전한 셈이다.

2위는 8언더파 280타를 친 김종덕 (36.아스트라)에게 돌아갔다.

김은 13번홀 (파4.370m)에서 최경주가 보기를 한 틈을 타 동률선두까지
접근했으나 역전에는 실패했다.

재미교포 테드오 (19.네바다대2)는 합계 2오버파 290타 (75.71.67.77)로
아마추어중 최상위 (전체 공동17위)를 기록했다.

테드오는 3라운드에서 67타로 이번대회 최저타수를 기록하는 한편,
최종일 15번홀 (파5.468m)에서는 2온후 이글퍼팅이 홀컵을 핥고나와
버디에 그쳤지만 "예비스타"로서의 자질을 보여주었다.

<>.최종일 우승다툼의 주역은 최경주와 김종덕.장타자인 두 선수는
마지막조에 편성돼 갤러리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13번홀에서 최가 3퍼팅을 하는 바람에 두 선수는 합계 6언더파로
공동선두가 됐다.

그러자 최는 14번홀 (파3.172m)에서 7m 버디를 성공하며 다시 7언더파로
단독선두로 나섰다.

승부의 분기점은 15번홀.

약간 내리막으로 왼쪽으로 굽은 이 홀에서 김은 드라이버샷을 270m나
뽑아냈다.

최보다 40m나 더 나간 것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김은 3번아이언으로 2온을 시킨뒤 13m이글퍼팅을 남겨
두었다.

최는 처음부터 3온작전으로 나가 3.5m버디퍼팅 찬스.

김은 이글퍼팅이 홀을 10cm 벗어나며 탭인버디를 잡았다.

최로서는 부담이 큰 상황이 됐다.

버디퍼팅을 성공하지 못하면 상황은 역전될 것이 뻔했기 때문.

그러나 최도 그 퍼팅을 넣어 김의 추격에 쐐기를 박았다.

상승세를 탄 최는 오르막인 17번홀 (파4.356m)에서 드라이버샷을
김보다 30m가량 더 보낸뒤 8m내리막 버디퍼팅으로 승리를 확정지었다.

김은 18번홀 (파4.428m)에서 5m버디퍼팅을 성공했으나 타수를 좁히는데
그쳤다.

< 김경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