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켄터키주 발할라GC = 김흥구 < 골프전문기자 > ]]

<>.그랜드 슬래머 (한해에 메이저 4개대회에서 모두 우승한 사람)는
골프역사상 단 한명도 없다.

캐리어 슬래머 (생애를 통틀어 4개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우승한 골퍼)는
단 4명뿐이다.

진 사라센, 벤 호건 등 "과거의 골퍼"와 게리 플레이어, 잭 니클로스 등
"현대 골퍼"가 바로 그들이다.

한 시대 골프를 풍미했던 인물중 "저 유명한" 아놀드 파머와 톰
왓슨 (이상 미국)은 공히 USPGA선수권에서만 우승하지 못해 "캐리어
슬램"을 놓쳤다.

그것은 그들 본인이나 세계골프계에서 가장 아쉬운 "실패"로 손꼽히고
있다.

그러나 "놓쳤다"는 과거형 표현은 아놀드 파머에게만 부합된다.

톰 왓슨은 아직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왓슨의 나이 47세.

그는 올들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우승, 지난 87년이후 9년만에
정상에 복귀하는 감격을 누렸다.

"9년만에 맛본 자신감"과 더불어 왓슨에게는 이번 제78회 USPGA가
마지막 기회로 보인다.

메이저 최연장자 우승은 잭 니클로스의 46세 (86년 마스터즈).

객관적으로 그 이상의 나이는 "나날이 치열해지는 경쟁"과 더불어
사실상 무망한 바람이라고 볼 수 있다.

<>.왓슨도 그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오른쪽 어깨가 약간 이상하자 깜짝 놀라며 지난 7월 영국
오픈까지 결장했다.

5회 우승기록과 더불어 마치 고향에서와 같이 환영받는 영국오픈
결장이나 바로 지난주의 뷰익오픈 불출전은 모두 이번 대회를 겨냥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왓슨은 고향의 프로야구단인 캔자스시티로열스의 주치의인 스티브
조이스박사까지 찾아갔고 "근육 응축"일뿐이라는 진단을 받고는 한 시름
크게 놓았다.

그는 다른대회때와는 달리 무려 10일전에 이곳에 와 섭씨 35도가 넘는
폭염속에 연습라운드를 계속했다.

"87년까지가 내 골프인생의 전반기였다면 그 이후는 후반기이다.

메모리얼의 우승은 후반기골프에서도 우승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나에게
주었다.

요즘의 내 골프에 대해 불만은 없다.

어깨도 이제는 전혀 통증이 없다.

이곳에서는 12~16언더파 정도가 우승스코어일 것이다.

나는 이번 우승을 너무도 절실히 원한다.

지난주 일찌 감치 이곳에 와 연습하고 있는 것도 다 그때문이다"

<>.왓슨에게 다행스러운건 이곳의 "그린 형태"이다.

발할라GC의 그린은 그 폭이 보통 15m이상일 정도로 큰 편이다.

그린은 이단 그린이 대부분이나 그같은 "층"만 피하면 대부분 스트레이트
퍼트를 할 수 있다.

즉 자잘한 경사는 없다는 뜻으로 왓슨과 같이 쇼트퍼트에 애 먹는
스타일에게는 다소 유리한 편이다.

큰 경사를 넘기는 롱퍼트는 왓슨의 "여전한" 강점.

결국은 퍼트가 승부를 가른다는 점에서 왓슨의 마지막 승부수가
"말이 된다"는 얘기다.

골프의 속성으로 볼때 특정인물의 메이저 우승은 "바늘구멍만한"
확률에 불과하다.

그러나 왓슨의 희망은 "골프의 향수"를 원하는 올드골퍼의 희망이자
"새로운 역사"에 대한 희망이 된다.

메모리얼 우승후 "웰컴 백"내용의 편지를 수천통 받았다는 왓슨.

지건 이기건 그의 골프를 추적하는 것도 이번 대회의 재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