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기업가인 삼성그룹의 이건희회장(54)이 "96애틀랜타 국제올림픽
위원회(IOC) 총회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피선됨으로서 국제
스포츠계에서도 거물로 자리를 잡았다.

삼성라이온즈 구단주,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부위원장, 아마레슬링협회회장
등을 맡아 그동안 한국스포츠 발전에 큰 공헌을 해온 이회장은 스포츠를 잘
모르면서도 기업홍보차원에서만 스포츠에 투자하는 여타 기업인들과 달리
그 자신 학창 시절레슬링선수로 활약한 "진짜" 체육인.

이회장이 스포츠와 인연을 맺은 것은 서울대사대부고 1학년때인 지난 59년
이다.

고교에 입학하자마자 학교 레슬링부에 들어가 2학년말 운동을 그만둘때까지
2년동안 웰터급 대표로 활약했으며 전국대회에서 입상할 정도로 실력도
빼어났다.

이때 인연으로 스포츠에 남다른 애착을 갖게된 이 IOC위원은 지난 82년
프로야구팀인 삼성라이온즈를 창단했으며 지난 86년 서울아시안게임 직전
에는 KOC 상임위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 82년 레슬링협회 회장에 선출된 이후 적극적인 지원으로 비인기
종목이었던 레슬링을 한국스포츠의 메달밭으로 가꿔 냈다.

이회장의 깊은 관심과 투자로 지난 84년 LA올림픽에서 금 2, 은 1, 동 5개
를 따낸 것을 비롯, 지난 88년 서울올림픽때는 금 2, 은 2, 동 5개,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때는 금 2, 은 1, 동 1개를 획득해 레슬링 강국으로의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이회장은 지난 12년 동안 100억원 이상을 출연해 레슬링선수연금제도
실시해 오고 있으며 레슬링전용체육관 건립, 레슬링기술연구소 설립등
선수양성과 레슬링과학화에 많은 힘을 썼다.

이밖에도 이회장은 그룹내에 프로야구팀을 비롯 골프와 프로축구, 남녀
농구, 배구, 탁구, 레슬링, 승마, 태권도 등을 육성, 국내 스포츠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고 사내에서도 직원들을 통해 럭비 골프 등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회장은 특히 테니스와 골프 등에는 우수선수들을 특별 지원한 시스템을
마련,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시키는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이러한 공로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지난 92년에는 IOC가 올림픽운동과
국제스포츠 발전에 기여한 인사에게 수여하는 올림픽 훈장을 받기도 했다.

특히 삼성은 이번 이번 이회장의 IOC위원 피선을 계기로 그룹차원에서
스포츠에 전폭적인 지원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회장은 부친인 이병철회장이 작고한 지난 87년 그룹의 대권을 넘겨 받아
지난 9년동안 삼성을 국제적 일류기업으로 성장시켜 "이병철회장이 없는
삼성은 공중분해 되고 말 것이다" "수성이 불안하다"는 등 세간의 의혹을
말끔히 걷어 내는 탁월한 경영능력을 과시했다.

특히 라이벌인 현대그룹이 총수의 정치 외도로 회오리에 휩싸여 있을 때인
지난해부터 "변해야 한다" "성과 가족만 빼고 모든 것을 바꿔라"는 말을
유행시키며 경영혁신운동을 의욕적으로 전개해 사회 전반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는 수년전부터 골프와 럭비를 전 사원들에게 즐기도록 권장하고 자신도
틈날 때마다 골프를 즐겨 왔는데 핸디는 싱글로 알려지고 있다.

이회장은 골프를 칠 때마다 라운딩보다는 연습을 즐기곤 하는데 한번 연습
을 시작하면 샌드위치를 먹어 가며 한나절 이상 1천500개이상의 볼을 치는
것으로도 소문이 나있다.

이번 애틀랜타에 오기전에도 이회장은 유명한 페블비치골프장의 호텔에
장기간 머물면서 업무와 골프를 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