웸블리구장은 독일에겐 더 이상 징크스가 아니었다.

지난 80년 챔피언 독일은 27일 새벽 런던 웸블리구장에서 열린
"96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축구 종가" 잉글랜드와 1백20분간의
사투를 벌여 1-1로 비긴 뒤승부차기에서 6-5로 힘겹게 승리했다.

독일은 이로써 오는 7월1일 체코와 한판 대결을 펼쳐 16년만의
정상복귀를 노리게됐다.

체코도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구장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4강전에서
역시 연장까지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6-5로 승리했다.

독일은 서독시절인 지난 76년 체코와 결승에서 격돌,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5로 패해 준우승에 그쳤던 설움을 20년만에 갚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사실상의 결승전이었던 잉글랜드-독일의 대결은 한때 잉글랜드에
무게중심이 실렸다.

지난 66년 영국월드컵 결승때 웸블리구장에서 격돌, 2-2로 비기고
연장전에서 잉글랜드가 4-2로 승리, 줄리메컵을 차지한 적이 있어
두 팀간의 대결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잉글랜드는 경기시작 1분만에 인스가 중거리 슛으로 독일에 포문을
연 뒤 3분께개스코인의 왼쪽 코너킥이 헤딩 패스로 넘어오자 골 정면에서
쉬러가 헤딩 슛, 1-0으로 앞서 나갔다.

독일은 기습골을 잃은 뒤 16분께 묄러의 후방지원이 헬머를 거쳐
골 지역 앞으로 흐르자 쿤츠가 넘어지면서 1-1 동점 골을 터뜨려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두 "골리앗"의 대결은 이때부터 연장전까지 한치의 양보도 없이
계속됐다.

연장전까지 득점없이 보낸 두 팀은 승부차기에서도 5-5의 팽팽한
긴장을 계속했다.

운명은 곧 갈라졌다.

잉글랜드의 6번째 키커 사우스게이트가 실축한 반면 독일은 묄러가
그물을 출렁였다.

테리 베너블스 잉글랜드감독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으나 곧 그라운드로
내려와사우스게이트의 볼을 어루만지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잉글랜드는 축구의 종가이면서도 30여년만에 처음 유치한 이 대회에서
유럽정상에 오르려던 꿈이 무산됐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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