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

직장인은 괴롭다.

신세대 후배들은 무서운 속도로 밀고 올라온다.

동료는 늘 경쟁의 대상일 수 밖에 없다.

상사의 눈치보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러니 한시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자리라도 안정되어 있으면 그래도 한결 낫다.

큰 변화가 없으면 이정도를 견딜 능력은 누구에게나 있다.

문제는 인사철이다.

인사태풍이라도 불면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이런저런 소문에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회사 업무가 손에 잡히지도 않는다.

겨우 한고비를 넘겨도 편치 않기는 매 한가지다.

힘없이 짐을 싸는 동료의 모습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승진에 실패한 경우나 한직으로 밀린 경우야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과감하게 사표라도 던질 수 있다면 좋으련만 이건 마음뿐이다.

뒷감당할 자신이 없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그러니 화가 난다.

이 풀리지 못한 화가 결국 정신적 신체적 이상을 야기할수도 있다.

스트레스에 직면하면 우리 몸은 변화를 보인다.

스트레스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 신체기능이 활성화된다.

이 시기를 경계반응기라고 한다.

자율신경계가 흥분되고 부신에서는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심장이 뛰고 혈압이 오른다.

숨이 가빠지고 얼굴이 달아오른다.

위장에는 혈액 순환이 감소되고 늘 긴장되니 소화기능도 떨어진다.

또 스트레스에의해 부신피질이 자극되면 콜티졸이 분비된다.

이는 혈당을 올리고 신진대사를 증가시킨다.

이런 경계반응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문제가 생긴다.

이를 무시하고 계속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면 저항단계를 거쳐 결국
탈진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이 단계가 지속되면 면역계의 기능도 떨어져 쉽게 병이 생길수도 있다.

흉선과 임파절에서 임파구의 수가 감소된다.

그 결과 쉽게 질병에 노출되게 된다.

해결되지 못한 만성적 스트레스는 고혈압 당뇨병을 악화시키기도 하고
콜레스테롤치를 높이기도 한다.

여러가지 신체적 질병에 스트레스가 중요한 원인이 될수 있다는
말이다.

심리적으로도 크게 위축될 수 있다.

이번만은 하고 기대감이 컸을 경우 실망감도 커진다.

집중력도 떨어지고 짜증이 늘어난다.

생산성과 업무능력이 떨어짐은 뻔한 이치다.

그러니 출근공포증도 생긴다.

예측하지 못한 갑작스런 변화는 분명 큰 스트레스다.

그러나 너무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승진에 실패했다고 모두 병이 생기는 것은 분명 아니다.

실패를 새로운 충전의 계기로 삼느냐,지속적 스트레스 상황으로
발전시키느냐 하는 것은 자신에게 달려있다.

때론 우리가 원치 않는 일도 벌어진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다시 시작해야 된다.

이게 스트레스를 줄이는 긍정적 자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