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장으로 갈 것인가, 절로 갈 것인가".

이 테마는 Y씨의 테마이다.

Y씨는 나무랄데 없는 스윙을 갖고 있었다.

레슨프로들이 "그만하면 됐다" 할 정도로 보기 좋은 스윙이었고
연습장에서 목표물을 지적하면 대개 그 근처에 볼이 떨어질 만큼
샷자체도 좋았다.

그러나 그런 실력은 "연습장에서만이 몫"이었다.

실제 라운드에서는 보기플레이에 급급했다.

스윙은 싱글 핸디캡이지만 스코어는 "90+알파"인 것.

간혹 80대 스코어도 내기는 했으나 그때는 "친선 게임"일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결국 그는 라운드마다 "더 연습을 해야 하나, 아니면 절로 가서 수양을
더 해야 하나"를 되뇌일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도저히 90을 넘을 것 같지 않은 스윙인데
스코어는 엉망이니 그 원인은 "심리"에 있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

<>.Y씨와 같은 골퍼는 수없이 많을 것이다.

연습도 열심히 하고 스윙도 괜찮고 이론적으로도 해박한데 정작
스코어는 90을 넘는 골퍼들이다.

이런 골퍼들에 대한 도움말은 최근의 국내외 경기에서 찾을 수 있다.

11일 끝난 포카리-일간스포츠 오픈 우승자 김영일은 당초 대회에
불참하려 했다.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 우승이 무망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또 12일 끝난 미국의 바이런 넬슨 클래식우승자 필 미켈슨도 당초
휴가를 계획 했었으나 "대 선배"인 바이런 넬슨의 요청으로 일정을
바꿔 참가한 선수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우승만을 노리며 준비한 것도 아니고 우승하려고
노심초사한 선수"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저 편한 마음으로 치다 보니까 오히려 골프가 잘 됐고 "그러다보니
우승이더라" 식이다.

이는 골프의 묘한 속성을 상징한다.

다가 가려하면 도망가지만 멀리서 관조하면 골프가 다가온다는 얘기다.

<>.골프는 여유와 투지의 게임이다.

쫓기는 심정으로는 도저히 골프가 안 된다.

따라서 Y씨와 같은 골퍼들은 스스로를 "강자"로 만들어야 한다.

그들은 평상시 생활하면서도 "내 스윙은 최고이다, 나는 강자이다"를
머리속으로 되뇌이며 자기최면을 걸어야 한다.

실제 라운드에서는 "패 해도 좋다"며 한발 물러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져도 좋으니 느긋하게 게임을 바라보며 "강한 심리 구축"에만 신경쓴다.

남이 굿샷을 날리던, 자신이 미스샷을 내던간에 여유있게 그것을
"예상된 일"로 포용하면 된다.

그럴때 실제 스코어는 예전과 마찬가지 일지 모른다.

그러나 스코어는 안 좋아도 마음은 편하고 가슴 한 구석에는 "다음을
위한 투지"가 자리 잡을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여유"를 키워 나가면 위기속에서도 당신의 원래 스윙이
구사 될 것이다.

사실 심리의 안정은 스윙으로 만들어야 한다.

스코어가 안 좋아도 스윙만 제대로 되면 기분은 좋아진다.

그러니 어떤 상황에서도 "오로지 내 스윙에만 집중하는 습관"이 강자의
조건인 셈이다.

골프는 "질 줄 알아야" 이긴다.

쫓기면서 패하는 자는 영원히 쫓긴다.

그러나 패하면서도 웃는 자는 언젠가 이긴다.

당신은 어떻게 지고 있는가.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