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몬드 플로이드는 한동안 "골프볼"이라고 하는 캐디를 데리고
다녔다.

그 캐디는 사업수완능력도 뛰어난 사람중 하나였다.

그런데 가끔씩 골칫거리가 생기곤 했는데 그것은 골프볼이 평소 그답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었다.

일례로 어느해인가 멤피스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

1986년도 US 오픈 챔피언이자 이미 매스터즈를 제패하기도 했던
플로이드는 첫라운드의 전반 네 홀에서 연이어 그린미스를 하였다.

5번홀에 이르러 자기 캐디에게 거리를 물은후 7번아이언을 뽑아
샷을 하였는데 20야드나 그린을 오버하는 것이었다.

"야 골프볼! 메모책 좀 줘봐. 틀림없이 멤피스코스의 메모책이 맞아?"

"멤피스라고? 나는 지금 우리가 포트워스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때서야 플로이드는 자기 캐디인 골프볼이 엉터리 메모책을 가지고
있는것을 알았던 것이다.

이처럼 투어경기에서 활약하는 많은 골프선수들과 그들의 캐디는
자신들이 라운드하게 될 코스에 대한 "메모책"을 가지고 있다.

한편 일본의 골프영웅 오자키 마사시는 1972년께부터 고등학교 후배이자
캐디인 사노기 가즈시와 더불어 매스터즈에 참가해 왔다고 한다.

49세인 그는 올해 매스터즈에도 참가했으나 예선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런데 오자키와 사노기가 매스터즈가 열리는 오거스타로 출발하기
전 그들 콤비가 가지고 있던 오거스타의 메모책일부가 일본의 어느
골프잡지에 소개되어 관심을 끈 적이 있다.

그들의 메모책에는 오거스타의 아멘코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12번홀. 이홀의 포인트는 아무래도 그린면과 그린앞에 있는 연못과의
고저차에 있다.

조금이라도 그린에 못미치게 되면 연못으로 굴러 떨어져 버린다.

따라서 비록 8번아이언이나 9번아이언을 잡겠지만 확실하게 캐리로
그린에 떨어뜨리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또한 그들의 메모책 앞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강자가 되자. 신사가 되자. 그리고 세계를 거머쥐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