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프의 미래"를 주제로 17일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최근 끝난
96 매스터즈가 화제에 올랐다.

대부분 세계 최고권위의 골프대회에 한국선수들이 한명도 참가하지
못했다는데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한국에 골프가 들어온지 100년이 됐는데도 아직 경기력은 세계수준과
현저한 차이가 있다는 지적들이었다.

그런데 남자는 그렇다치더라도, 한국 여자골프는 세계 수준에 거의
근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수 있다.

일본에서 활동중인 구옥희 고우순 원재숙이 그렇고, 국내 랭킹 1위
박세리도 그 범주에 든다.

지난해까지 국가대표였던 박세리는 국내 부동의 1인자로 구구한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이다.

박은 지난해에만 "오픈대회 4관왕"에 오른 것을 비롯, 통산 6번 오픈
대회에서 우승했다.

국내 여자골프 1라운드 최저타수 기록 (64타.95 송암배)도 갖고 있다.

또 94 세계 아마추어 선수권 대회와 95 US 아마추어 선수권 대회에서는
3위를 기록해 세계 골프계를 놀라게 한바 있다.

그 박세리 (삼성물산)가 여자 메이저 대회인 96 US 여자 오픈에 출전해
달라는 초청장을 받고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KLPGA)의 규정 때문에
갈팡질팡하고 있다.

박세리는 지난 10일 프로테스트에 수석으로 합격, 프로가 되었다.

그런데 KLPGA의 규정은 새로 프로가 된 선수들은 2개월의 연수교육을
받아야 하고, 1년동안은 국내 경기에 의무적으로 출전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우수선수들이 프로가 된후 바로 해외로 진출하는 것을 막는다는
명분에서이다.

US 여자 오픈은 5월30일부터 6월2일까지 4일동안 열리며 그 예선은
5월9일에 치러진다.

박세리가 협회의 연수를 받아야 하는 기간에 예선과 본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KLPGA는 박세리가 US 오픈에 출전하도록 허용할 것인지 여부를 최종
결정하지 않았지만, 선례가 될수 있다는 이유로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하현 KLPGA 회장은 그러나 17일의 주제발표에서 "골프관계자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우수 여자선수들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면
반드시 세계적 스타플레이어가 탄생될 것이고, 스타탄생은 한국 골프
발전과 대중화를 앞당기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될것"이라고 주장한바 있어
어떻게 결론이 날지 속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내 골프관계자들은 다른 대회도 아닌, 메이저 대회의 초청장을 받아
놓은 마당에 박세리같은 세계적 선수의 출전을 막는 것은, 너무 규정에
얽매인 처사가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세계적 스타발굴이 급선무냐, 규정 준수가 우선이냐.

KLPGA가 심사 숙고할 대목인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