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 = 김흥구 특파원 ]]

금년으로 6년째 본지는 매스터즈를 집중 취재 보도하고 있다.

그동안 매스터즈의 권위 전통 코스 등에 관해서는 매년 설명해 왔으므로
이번엔 ''96 매스터즈에서 가상할 수 있는 최상의 우승 시나리오''로 개막
전야를 엮어보자.

도대체 어떤 선수가 어떻게 우승하는 것이 세계 골프팬들을 가장
흥분시킬까.

다음이 바로 가상으로 엮어 본 최종일 우승 시나리오이다.

<>.96년 4월의 두번째 일요일인 14일 오후 5시30분.

이곳 오거스타내셔널GC의 녹색 구릉들에는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긴장감으로 뒤덮여있다.

96 매스터즈 최종일 최종라운드 결과 톰 왓슨과 그레그 노먼, 그리고
무명의 팀 헤론 (미국)이 동률선두로 연장전을 앞두고 있는것.

헤론은 지난 3월 혼다클래식 우승으로 신인 돌풍을 일으킨 장본인.

헤론은 무명답지 않은 배짱으로 퍼팅에 일가견을 보이며 78년
퍼지 젤러이후 제2의 첫 출전우승을 노리고 있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선 왓슨과 노먼 둘다 불안하다.

왓슨의 나이는 86년 잭 니클로스 우승때와 같은 46세.

그의 스윙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지만 쇼트퍼팅부진으로 87년이후 무려
9년동안 미투어에서 우승이 없었다.

왓슨은 또 91년 대회 공동선두의 자리에서 18번홀 스푼티샷이 우측
숲으로 휘며 이안 우즈넘에게 우승을 헌납한 "최종홀 이력서"가 있다.

매스터즈 악몽으로는 노먼이 더하다.

노먼은 86년 어처구니 없는 최종홀 4번아이언 세컨드샷 푸시로, 그리고
이듬해인 87년엔 래리 마이즈의 연장전 기적 칩샷으로 분루를 삼켰었다.

따라서 이들의 우승은 그 어느 누구든 "가장 센세이셔널한 정상"이
될 것이다.

왓슨이 우승한다면 86년 니클로스우승의 재판이란 감격이 넘칠 것이고
노먼이 한다면 영국오픈 이외의 첫 메이저 석권이다.

그들의 입술은 우승의 염원에 비례해서 더 바짝 바짝 타들어갔다.

<>.매스터즈의 서든데스 연장전 (10번홀에서 시작)은 11번홀 넘어까지
진행된 적이 없다.

대회가 시작된 1934년 이후 총 11번의 연장전이 모두 연장 두번째홀
안에서 결판이 났다.

그러나 이번엔 연장 4번째 홀인 13번홀까지 혈투가 이어졌다.

다만 헤론만은 12번홀 (파3)에서 온그린에 실패하며 보기로 탈락했다.

파5에 485야드의 왼쪽으로 꺾인 도그레그형태인 13번홀은 라스베이거스
홀.

그린 전면에 개울물이 흘러 "투온에의 도전이냐, 안전한 3온이냐"의
갬블이 요구되는 곳이다.

이 상황에서는 티샷을 멀리 치는 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먼저 치는 선수의 세컨드샷 결과를 보고 나중 치는 선수는 계산을
할 수 있기 때문.

먼저 치는 자가 "퐁당"하면 나중 치는 사람은 3온이 안전한 셈이고
반대로 상대가 먼저 투온을 시키면 어떤 조건이라도 그 역시 투온을
시도 할 수밖에 없는 것.

먼저 치는 세컨드샷은 왓슨의 몫이었다.

왓슨의 4번아이언 샷은 온그린이기는 했으나 홀컵과는 멀고도 먼 15m
거리였다.

노먼의 6번아이언 샷은 기막히게 날았다.

함성과 함께 볼은 홀컵 3m 거리에 안착했다.

경기는 여기서부터였다.

쇼트퍼팅이 불안한 왓슨은 2퍼트 버디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으로 봐야
했고 노먼은 누가 봐도 이글 찬스였다.

드디어 왓슨이 퍼팅했다.

볼은 춤추듯 작은 구릉들을 헤치며 미끄러져 나갔다.

그 롱퍼트는 "누군가의 인도대로" 경사면을 타고 흐르고 흘렀다.

그러나 볼은 홀컵을 비껴 나가는듯 했다.

"탄성이냐, 함성이냐"의 순간.

그 순간은 세상에서 가장 긴 시간이었다.

컵을 돌아나가던 볼은 마지막 순간 홀컵 뒷문으로 떨어졌다.

이글.

80년대초 왓슨전성기때의 저 유명한 롱퍼트의 재현이었다.

그 모습을 본 노먼은 이번에도 그의 운이 아닌 것을 알았다.

그의 이글 퍼트는 홀컵을 스쳤다.

왓슨이 먼저 노먼에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노먼의 가슴엔 종전과는 달리 "억울한 심정"이 없었다.

진정 최선을 다했으니 더 이상 뭘, 어떻게 할수 있단 말인가.

그들은 진심으로 애정어린 포옹을 나누었다.

<>.왓슨은 올드 팬의 향수를 상징하고 노먼은 현시대 최고선수의
불운을, 그리고 헤론은 세계골프의 세대교체를 상징한다.

그러나 시나리오는 시나리오.

누가 올해의 그린재킷을 입을지는 오거스타만이 알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