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인내심의 싸움이라고 한다.

그러면 도대체 무엇을 참고 견뎌야 하는 것일까.

다음의 인내심이 골프의 인내심을 설명한다.

- 스윙을 참아야 한다.

A씨가 라운드 시작전에 결심했다.

"오늘은 맘 비우고 차근차근 치자"

A씨는 의도대로 무리하지 않으며 자신의 핸디캡보다 좋은 스코어를
꾸려 나갔다.

그러다가 후반들어 어느홀에선가 악마의 속삭임이 들렸다.

"보아하니 컨디션이 좋다.

동반자들이 묵사발이 나고 있군.

자 여기가 파5홀이니까 드라이버샷을 한번 질러보는게 어떨까.

위험한 장사가 많이 남는 법 아닌가"

힘주어 때린 A씨의 드라이버샷은 얼토당토 않게 휘며 굴렀다.

그 홀 스코어는 트리플보기.

A씨의 드라이버샷은 그후에도 계속 휘었다.

A씨의 몰락은 실망감에 기인한다.

스윙을 잘 다스려 왔고 스윙에 자신감을 갖기 시작한 A씨는 "한번
멋지게 날리자던" 샷이 미스가 되자 일순간에 "역시 내 스윙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실망감의 회복은 그 다음홀에서 굿샷을 날리는 것인데 "다시
완벽하게 친다"는 의식이 연속 미스샷을 만든다.

만약 A씨가 잘 다스려 왔던대로 "능력내 스윙"을 계속했다면 그것이
인내심이다.

- 스코어를 참아야 한다.

핸디캡 12인 B씨가 어느날 전반에 48타를 쳤다.

짧은 퍼팅은 줄곧 홀컵을 핥으며 3퍼트였고 어프로치도 거리감이 전혀
없이 막막했다.

후반을 시작하며 B씨는 생각했다.

"후반엔 39타나 최소 40타는 쳐야 체면을 유지할 수 있겠다.

그러나 오늘은 파가 하늘같이 보이는 날이다.

오늘같은 날은 내 자신에게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

오늘도 내 골프의 하나라고 인정해 주자. 후반엔 내가 나를 얼마나
잘 다스리는가나 한번 볼까"

B씨는 유감스럽게도 후반 첫홀에서 더블보기를 했다.

객관적으로 B씨는 회복불능의 흐름에 빠진 셈. 그러나 B씨는 후반을
40타로 막으며 결코 90을 넘지 않았다.

B씨는 10번홀 더블보기에도 불구 "언젠가는 내 핸디캡의 실력이
나오겠지"하며 더 참기로 했다.

B씨는 11번홀에서 "황금같은" 보기를 했고 그 다음홀에 드디어 파가
나오자 "웬지 맘 편하게 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B씨의 경우가 스코어에 대한 인내심의 승리이다.

- 동반자를 참아야 한다.

동반자가 잘 치면 자신이 무너지고 내가 잘 치면 동반자가 무너진다.

보통은 그렇다.

그러나 참고 견딜줄 알면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어느날 C씨가 자신의 핸디캡을 치고 있는데도 동반자들이 그날따라
펄펄 날았다.

그러면 C씨가 "스폰서"가 돼야 정상이다.

그러나 C씨는 맘을 달랬다.

"열심히들 쳐봐. 골프장안에 핸디캡있으니 잘쳐야 얼마나 잘 치겠는가.

실은 내가 더 유리하다.

핸디캡을 고려하면 저들은 후반에 부진 할 것이다.

내 스코어만 줄곧 유지하면 무너지는건 저들 몫 아닌가"

이정도로 생각할줄 알면 진정 고차원 골프이다.

동반자에 대한 인내심은 현재의 불리함을 오히려 즐기게 만든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