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연습장에 다닌지 어언 10년이 넘었다.

어떤 날 의자에 앉아 사람들이 볼을 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의
스윙이 하나같지 않음에 놀라게 된다.

똑바로 상체를 치켜 세우고 스윙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잔뜩 움츠러
들면서 볼을 치는 사람이 있다.

번갯불에 콩이라도 볶어 먹을듯이 빠른 템포로 골프채를 휘들러 대는
사람도 있고, 스윙폼에 이르러 한동안 멈추어 있다가 쓰러질듯이
다운스윙을 하는 사람도 있다.

몸이 아주 갸냘픈 사람이 있는가 하면 팔뚝이 웬만한 사람들의 허벅지
만큼 굵은 사람도 있다.

한마디로 말해 얼굴이 다른만금 저마다의 스윙폼도 제각각인 것이다.

한편 필자가 연습장에 나다니면서 제일 자주 듣는 말이 세가지
있다.

"힌을 빼시오" "헤드업하지 마시오" "스웨이하지 마시오"

그리고 연습장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내뱉는 이
세가지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잊고 있던 재미나는 이야기 한토막이
생각난다.

그등학교 시절이었다.

자동차엔진의 구조에 대하여 말씀하시던 기술선생님께서 전기계통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느라 예를든 우스갯말이었다.

길을 가다가 혹시 차가 멈추어 있는 것을 보게 되면 못이기는체
"거, 전기계통을 잘 살펴 보시지요"라고 한마디 던지라는 것이다.

그러면 자동차운전기사는 아마도 그 말을 하는 여러분을 대단한
자동차전문가로 알고 깜짝 놀랄 것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누군가가 골프연습장에서 스윙연습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백스윙시 왼팔을 쭉 펴고 다운스윙시에는 헤드업하지 않도록 하시오"
하고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던진다면 연습을 하고 있던 사람은 틀림없이
대단한 수준의 골퍼라고 생각할것이 분명하다.

힘빼고 헤드업이나 스웨이하지 말라는 말이 골프스윙의 핵심을 담고
있음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특히 헤드업이나 스웨이가 골프스윙을 치명적으로 망가지게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평소 골프스윙의 기하학을 무너뜨림에 있어서 헤드업이나
스웨이보다도 훨씬 더 치명적인 것으로 "Stop Head Bobbing"이란 말을
생각하고 있다.

이 말은 머리가 상하로 움직이는 것을 의미하는데 백스윙시 어깨가
들렸다가 다운스윙시 어깨와 더불어 상반신이 가라앉을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특히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지나치게 볼을 세차게 때리려 하는 경우에
무릎이 펴졌다가 구부려지면서 나타나는 모습이다.

이러한 경우 골퍼는 본인의 의도와는 달리 대부분 뒤땅을 치거나 토핑을
하게된다.

이에 대하여 골프황제인 잭 니클로스는 스웨이는 겨울을 보고 스스로
체크하여 교정할수 있지만 Stop Head Bobbing은 혼자서는 체크가 되지
않는데 더 심각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습장에 나간이래 10여년동안 필자는 아직 한번도
우리나라의 골프연습장에서 그말을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