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진로배 4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한국의 마지막 주자 조훈현구단은 10일 중국 상해에서 벌어진 제4회
진로배 세계바둑최강전 마지막 대국(14국)에서 중국의 마샤오춘 구단
을 맞아 209수만에 통쾌한 흑불계승을 거둬 한국에 우승을 안겨줬다.

이날 바둑은 전일과 마찬가지로 실리를 취한 마샤오춘 구단에 맞서
조훈현 구단은 대세력작전을 펼치며 초반부터 자존심 대결양상으로
진행됐다.

중반이후 조구단은 중앙에 뛰어든 백대마 사냥에 나서 초읽기에 몰린
마구단의 실수를 유도, 통쾌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우승상금 20만달러를 챙겼다.

조훈현의 이날 승리는 값진 것이었다.

사실 조구단은 올들어 제자 이창호에 내리 패하고 동양증권배 준결승전
에서도 마샤오춘 구단에 지는 등 내리막길에 접어든 듯한 인상을 보였다.

바둑황제란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무기력 했다.

반면 마구단은 지난해 혜성같이 나타나 중국 5개기전을 평정하고
국제대회인 동양증권배와 후지쯔배 우승, 올들어 동양증권배에서도
결승에 진출하는 등 절정기의 기량을 보이는 중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기사.

마구단은 또 지난 9일 국내기전 19연승, 국제기전 12연승을 달리며
올들어 한번도 진적이 없는 한국의 바둑천재 이창호를 꺾어 다시한번
괴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조훈현구단은 역시 승부사 였다.

결정적인 순간에 3승5패라는 열세를 딛고 마샤오춘구단을 꺾음으로써
큰 대회에서 강한 조훈현구단의 진가가 다시 확인됐다.

그동안 마구단에 당한 수모도 깨끗이 설욕했다.

아울러 지난해 국제기전에서 부진했던 한국바둑의 자존심도 회복시켰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