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지난 1월초 어느날의 얘기이다.

친구 4명이 오랫만에 필드를 찾았다.

겨울골프를 별로 안하는 그들이었지만 "운동삼아 걷자"는 심정으로
쳐박았던 골프채를 찾아낸 것.

마침 그날은 날씨가 무척이나 따뜻했다.

그러나 포근한 것 까지는 좋았지만 때아닌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비가 내렸지만 추위를 느낄수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골프를 강행키로
했다.

필드는 여전히 좋았다.

그러나 첫홀 그린에 다다른 순간 그들은 낭패감을 맛보지 않을수
없었다.

그린 표면은 녹았으나 바로 그 밑은 얼어 있어 물이 빠지지 않았고
당연히 그린 전체가 질퍽 질퍽했다.

볼은 평소의 절반도 구르지 않았다.

첫홀에서 한명은 불과 10m 어프로치가 5m 나가는데 그쳤고 나머지
3명은 모조리 3퍼트였다.

그들은 망설였다.

도저히 퍼팅을 할수 없는 상황이니 골프를 중단 할 것이냐, 아니면
그래도 계속 칠 것이냐.

이때 한명이 제안했다.

"지금부터 이유 불문이야. 3퍼트를 하건 5퍼트를 하건 기브없이 끝까지
홀아웃하기야. 자연조건에 맞춰서 치는게 골프아닌가"

그런 말이 나오자 나머지 3명도 기분이 싹 달라졌다.

적극적으로 "이런 조건에서도 한번 다부지게 붙어보자"는 심정이 됐다.


<>.결과적으로 그들 4명은 공히 자신의 핸디캡대로 스코어를 냈다.

3퍼트도 여러번 있었지만 버디도 총 4개나 나왔고 한명은 70대 스코어
까지 기록했다.

말은 안했지만 그들의 공통된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모든 이유는 마음속에 있을 뿐이다.

퍼팅라인이 질퍽했다 말다가 했어도 거기에 맞춰 칠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런대로 거리가 들어 맞지 않는가.

역시 골프는 안 될 것으로 생각하면 절대 안되게 마련이고 된다고
생각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되는 것 같다"

골퍼들의 속성으로 볼때 그들이 첫홀에서 골프를 그만 둘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치기는 계속 쳤을텐데 문제는 어떻게 치느냐이다.

그 경우 대부분은 "그린 컨디션이 엉망이니 매홀 2퍼트로 치자" 또는
"기브를 후하게 주자"식 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라운드에는 특별한 재미나 의미가 있을 수 없다.

그저 18홀을 걷는데 그칠 것이다.


<>.이번 "X이론"의 메시지는 "한번의 라운드를 소중히 하자"이다.

골퍼들의 가장 큰 병중 하나는 "다음에 잘 치자"이다.

자연이든 무엇이든 오늘 골프에는 반드시 "골프가 안되거나, 안되도
되는" 핑계가 나타나고 매번 그 핑계를 가지고 다음을 기약한다.

그러나 그같은 기약은 오늘의 시간을 허비시킬 뿐이다.

내일은 사라질지도 모르는 시간.

다음에 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면 집중력도 약해진다.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라운드라고 생각, 골프를 칠 것. 그러면 샷
하나하나가 극히 소중해 지고 그런 샷이 모이면 라운드 전체가 소중해
진다.

"지금 치는 이 샷이 오늘 이홀, 이순간의 마지막 샷이다"

이런 자세로 골프를 치면 집중력도 높아지며 스코어 역시 향상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후회없는 골프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