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역시 시작이 절반이다.

시작이 좋으면 끝도 좋은 법.

다음이 바로 골프의 시작인 첫홀 플레이를 분석해 본 것이다.

첫홀을 정복, 나머지 17홀의 흐름을 자기 것으로 만들자는 얘기이다.

국내 골프장의 첫홀은 대개 파4홀이다.

첫홀이 파4홀이라는 것은 아마추어에 있어 실수의 마진이 가장 타이트
하다는 뜻이다.

파3홀은 아이언 한번 잘쳐서 파를 잡을수 있고 파5홀은 한번 실수를
하더라도 만회할 기회가 있으나 "투온 투퍼트"가 정형화 돼 있는 파4홀은
한번 실수가 곧바로 1타 플러스로 연결된다.

파4인 첫홀의 더블보기나 트리플보기는 십중팔구 부실한 티샷에 기인
한다.

첫홀의 드라이버샷은 자신의 기본거리보다 훨씬 덜 나는 경우가 대부분
이다.

그것은 몸이 안풀린 탓도 있고 페어웨이만 키프하자는 소극성, 그리고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런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스윙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그같이 "거리가 안나는 티샷"이 러프나 숲속으로 휘면 단번에 보기조차
힘겨워 진다.

숲에서 일단 쳐냈어도 남은 거리가 롱아이언이나 페어웨이우드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롱아이언이나 페어웨이우드의 서드샷이 온그린 될 확률은 극히 적은
것이고 그래서 더블보기 이상의 숫자가 스코어카드에 그려진다.

그린에서도 더블보기의 위험이 상존한다.

"보기는 했구나"하며 안심하는 순간, 3퍼트로 더블보기를 하는 것.

특히 핸디캡이 18이 넘는 골퍼들은 첫홀에서 무심코 퍼팅을 하는 수가
많다.

그린 스피드나 경사도에 대한 계산없이 무심결에 볼에 다가가 퍼팅을 해
1~2m의 세컨트 퍼트 거리를 남긴다.

첫홀에서의 첫퍼트가 마음에 안들면 세컨드 퍼트역시 불안해 지고
그경우 3퍼팅이 불가피해 진다.

이런 케이스는 라운드 내내 쇼트퍼트가 홀컵주위를 맴돌며 골퍼를
괴롭힌다.

결국 첫홀에서는 티샷과 퍼팅이 관건이다.

나머지 과정은 다 엇비슷하다.

티샷이 150m 이상만 날며 페어웨이에 안착하고 그린위에서 2퍼트만 하면
절대 보기이상이 나타날리 없다.

"누가 그걸 몰라서 못하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 자신이 첫홀 티잉그라운드에 서서 과연 "그같은 분석을 해
보았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홀 티샷을 잘 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위대하게" 변모 시켜야 한다.

자신을 "그레그 노먼"으로 바꿔 생각하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제압되고
티샷도 자신있게 칠수 있다.

스윙은 "특별한 개념"없이 하는게 좋다.

스윙의 "특정한 기술"을 생각하는 것 보다는 "그저 천천히 친다"거나
"볼만을 끝까지 본다"는 생각이 평소의 스윙을 이끌어내 치명적 미스샷을
예방한다.

또 일단 그린에 다다르면 연습 스윙에 보다 집중해서 거리감을 느껴야
한다.

첫홀이니만치 거리만 맞춰 "홀컵 근처에만 가자"고 쳐 3퍼팅의 가능성을
첫퍼팅에서 아예 배제해야 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으로 "되는대로 치는 것"보다는 평범한
논리라도 그것을 열심히 추구하는 쪽에 승산이 부여된다.

< 김흥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