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지금까지 읽어본 골프교습서 가운데 백미는 하비 페닉
"LITTLE RED BOOK" 이었다.

왜냐하면 그의 골프에 관한 한마디 한마디에는 90을 넘게 살아온
노선생의 인생론이 실려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책에는 그가 왜 투어프로를 그만두고 터칭프로가 되기로 마음먹게
되었는지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나 자신이 그런대로 괜찮은 프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1930년 대중반의 휴스턴오픈대회까지만 하여도 나는 투너에
참가할 야심에 차 있었다.

그때 나는 퍼팅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어떤 녀석이 말하였다."

어이, 하비! 자네 샘스니드라는 놈이 볼을 치는 것을 본 적이 있나?

그가 이제 막 터오프 하려는데 말이야

"나는 티잉그라운로 걸어가서 웨스트버지니아에서 온 새내기가 드라이버
샷을 하는 것을 보았다.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나는 소리를 들었다.

마치 총소리처럼 들렸고 그 녀석이 친 볼은 총알처럼 날아갔다.

그 순간 나는 나의 미래는 투어프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사법시험 동기생 중에 K변호사가 있다.

그 분은 국민학교 선생을 하다가 뒤늦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일찍
변호사로 나섰다.

꼼꼼하고 차분하기로 둘째가라하면 서러울 정도의 성격이다.

몇해전 골프를 시작하셨단다.

아니나 다를까.

국내에 나와 있는 골프교습서는 망라하여 읽고 레슨도 많이 받으셨단다.

그래도 골프실력은 보기플레이 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라 한다.

어쩌다 법정에서 뵙게되면 어떻게 하면 골프를 잘 할수 있느냐고 물으며
말꼬를 튼다.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필자보다 훨씬 많은 책을 읽었고, 이론에도
정통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보기플레이도 못한다고 말씀하는 것이 어쩐지 믿어지지 않는
것이다.

결국 그 분과 이야기 하다가 필자는 딱 한마디를 남기고 헤어지곤
한다.

"형님, 형님 말씀중에는 당신만의 것이 하나도 없는것 같아요.

골프를 잘 하려거든 골프교습서를 읽고 남의 흉내만 내기보다는 셀수
없을 만큼 여러번 볼을 쳐보며 자신의 것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겨울이 왔다.

그린이 꽁꽁 얼어붙어 골프의 맛이 나지않는 겨울이 온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 골프를 잘하는 골퍼가 되느냐는 천지가 얼어붙은
이 겨울을 골프를 위해 어떻게 보내는가에 달려 있다.

잭 니클로스는 시즌이 끝나면 하체단련을 위해 자주 스키장을 다녀왔고
다시 시즌이 시작될 무렵이면 선생인 잭 그라우트를 찾아가 그립부터
체크 받은뒤 그의 지시대로 셀수 없을 만큼 연습볼을 치곤 하였다고
한다.

우리 모두 골프를 정말 잘하기 위해 이 겨울에는 수없이 많은 연습볼을
날려보자.

치치 로드리게스는 보통사람과는 달리 드라이버로 티샷을 할때면
2.5인치의 롱티를 사용한다고 한다.

또 포지젤러는 어드레스에서 볼 바깥쪽으로 클립을 놓는다.

골프교과서에서 보면 젤러의 이러한 어드레스는 형편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마스터스를 제패하였다.

한편 데이브 바는 대부분의 투어프로들이 인터로킹이나 오버래핑 그립을
취함에도 불구하고 핑거그립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 겨울에 수많은 연습볼을 날리게 되면 비로소 우리들은 그들의 이상한
버릇을 이해할수 있게 되고 그러는 사이에 우리들의 골프실력도 틀림없이
향상되리라.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