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혼자 잘 쳐서 혼자 우승하는 게임이다.

못쳐도 그것은 자신의 몫이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도 자신이 져야
한다.

그러나 골프에도 예외는 있다.

골프에도 팀대항 경기가 있으며 그런 팀매치에서는 혼자의 패배가
모두의 패배로 변할수 있다.

세계 최고의 팀대항 골프경기는 미국과 유럽의 프로대표팀이 2년마다
경기를 벌이는 라이더컵대회이다.

지난 9월 벌어진 금년도 라이더컵대회에서는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유럽팀이 승리했다.

승리가 당연시 되던 미국팀에 결정적으로 패배의 쓰라림을 안겨준
장본인은 커티스 스트레인지.

그는 더욱이 자력으로 미국 대표(총 12명)가 된 것이 아니라 주장
래니 워드킨스가 와일드카드로 뽑은 2명중 한명이었다.

스트레인지는 최종일 닉 팔도(영국)와의 싱글매치에서 두홀을 남기고
한홀을 이기다가 17, 18번홀 연속 보기로 한홀차 역전패했다.

미국골프의 온갖 체면이 걸린 순간에 두번이나 US오픈을 우승한
스트레인지가 연속보기로 무너진 것은 본인이나 미국팀으로서나 대단한
충격이었다.

<>.스트레인지는 미 골프매거진 12월호에서 당시 상황을 "고백"했다.

그 내용은 "왜 졌느냐"가 아니라 패배의 쓰라림을 이겨 나가는 과정
이었다.

스트레인지로 인해 미국패배가 확정된 후 폴 에이징거가 선수대기실로
그를 찾아와 말했다.

지난해 암과의 투병끝에 재기한 에이징거는 NBC 해설자로 대회를
지켜 봤었다.

"무슨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그러나 일년여 전만 하더라도 난
내 생명과 싸웠었네. 그에 비하면 자네의 패배는 별 것 아니지 않은가"

스트레인지가 집으로 돌아오자 수 많은 팩스와 편지가 쌓여 있었고
전화도 끊임없이 걸려왔다.

그 모두는 스트레인지의 패배를 위로하는 내용이었다.

스트레인지는 다음과 같은 말로 "고백"을 끝맺었다.

"라이더컵의 패배는 내 인간관계를 더 강화시켰고 새로운 우정까지
만들었다.

그런 인간관계는 내인생의 끝까지 지속될 것이다.

그런면에서 나는 행운아이고 다시 또 승리 할수 있을 것이다"

<>."스트레인지 스토리"는 두가지를 일깨운다.

하나는 "골퍼의 우정"이고 다른 하나는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투지"
이다.

골프에는 동반자가 필요하고 그래서 골퍼들은 친구가 많다.

그러나 진정 자신의 도약을 기뻐하고 자신의 몰락을 가슴아파하는
친구가 과연 얼마나 될것 인가.

골프에 국한 시키더라도 "네가 잘 치는 것이 난 정말 기쁘다"라고
말할수 있으며 "요즘 네가 안되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는 친구가 과연
주위에 있는가.

바로 그런 친구들이 존재해야 당신의 골프인생은 진정 성공한 셈이다.

또 지금이 최악이지만 그 최악으로 인해 앞으로 더 강해 질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면 그 최악은 바로 최선과 다름 아니다.

패배에서는 반드시 배울 것이 있다.

스트레인지와 같이 "패배를 통해 우정을 느끼고 패배를 통해 잊혀졌던
투지가 되살아 난다면" 그 패배가 바로 승리가 된다.

딱 한달 남은 95년에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 반성도 되고 새로운 힘이
솟구칠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