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는 장타가 최고인가.

물론 일관성있는 장타는 좋다.

그러나 장타만이 골프의 "최고 가치"라는 생각은 골프를 너무 안이하게
보는 시각이다.

엊그제 현대클래식국제골프대회에서 존 데일리(미국)와 김주형의 거리를
비교하는 "코멘트"가 많았다.

김이 더 나간다는 소리도 나왔고 거리만은 세계적수준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런 코멘트를 듣고 10월초 패스포트오픈에서 김과 함께 라운드한
비제이 싱(피지)의 말이 생각났다.

누군가 싱에게 "김의 거리가 실제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냐"고 묻자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나와 한조에 넣은 것을 보니 김은 한국의 대표적인 아마추어일 것이다.

프로는 아마추어를 격려하고 키워야 한다.

그래야 프로세계도 발전한다.

내가 그를 제압하는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싱의 답변은 대단히 함축적이다.

추측컨데 싱의 입장에서는 질문자체가 가벼웠을 것이다.

데일리가 싱과 같은 생각을 가졌다고 말할수는 없다.

실제 데일리와 김이 모두 "있는 힘껏" 쳤는데도 김이 더 나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과 데일리의 거리를 비교, "거리만큼은 전혀 손색없다"고
추켜세우는 것이 "미래의 김"을 위해 과연 타당한 것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대골프에서는 장타가 기본이다.

특히 프로세계에서는 장타가 무궁한 상품가치를 지닌다.

톰 카이트가 아무리 우승을 많이 해도 그의 인기도는 존 데일리에
비할바 못되고 그에따라 출전료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그러나 "인기"나 "유망성"의 전제조건은 실력이다.

실력이 세계수준이어야 장타가 빛이 나고 유명해 진다.

세계에서 데일리만큼 거리를 내는 골퍼는 아주 많다고 봐야 한다.

미국의 중고등학교 골프선수중 김만큼 거리를 내는 선수도 수두룩하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거리는 단지 거리일 뿐이다.

장타가 좋기는 하지만 그 장타의 가치는 실력이 있어야 빛이 난다.

데일리가 세계적 선수가 된건 세계무대에서 뛸수 있는 실력이기
때문이다.

장타가 골프의 전부라면 데일리만큼이나 그 이상으로 거리를 내는
모든 사람들이 다 세계적프로가 돼야 하는데 현실은 결코 그렇지 못하다.

이번 현대클래식에서 장타시범을 보인 아트 셀링거도 데일리 이상의
장타지만 그는 쇼를 하며 돌아다닐 뿐이다.

<>.이상의 얘기는 김의 거리를 깍아 내리려 함이 결코 아니다.

그가 한국의 대표적 아마추어이고 그의 목표가 세계무대라면 이제
"한국최고의 장타자"라는 얘기는 그만 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최고의 장타자보다는 "최고의 실력자"가 돼야하고 거리를 자랑하는 것
보다는 "우승하는 스코어"를 자랑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한국 골프유망주가 들어야 하는 소리이다.

거리는 기본이다.

세계적선수의 싹이 보이려면 "일찍부터" 종합적측면에서 잘쳐야 한다.

"우선은 거리, 그 다음에 쇼트게임"식으로 생각하는 건 평범한 선수의
평범한 과정이다.

세계적선수가 목표라면 몇년전부터나 최소한 "현재 싯점"에서 골프의
헛점이 없어야 한다.

언제까지 장타타령만 할 것인가.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