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이 "한국골프 활성화의 원년"이라고 얼마전에 쓴 적이 있다.

올들어서는 굵직 굵직한 대회가 연속 창설되고 사상 처음 으로
TV생중계가 이뤄졌으며 세계적스타들의 내한도 줄을 잇고 있다.

얼핏 이같은 골프활성화는 선수들의 성적과는 관계 없는 것으로
보기 쉽다.

어느 누구든 우승자는 나타나고 하루아침에 거물급스타가 출현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인즉 "환경의 변화"는 선수들의 기본자세도 바꾸게 마련이다.

선수들도 이제 "열심히만 하면 된다"는 의식을 갖게되고 한국골프자체에
자긍심도 느끼게 된다.

5일 고우순(31)의 95재팬 퀸스컵우승(일본 시가현 세타GC)도 "발전하고
있는 한국골프"와 맥락을 같이 한다.

퀸스컵은 미LPGA투어의 한대회로 일본에서 벌어진 미국대회.

당연히 베시 킹이나 애니카 소렌스탐, 도티 모크리, 리졸레트 뉴먼,
콜린 워커 등 현존의 세계정상급여자프로들이 거의 다 참가했다.

지난해대회 연장전에서 베시 킹을 누르고 우승했었던 고우순은 올해
최종일 최종 18번홀에서 12m버디퍼트를 기막히게 떨어뜨리며 2년연속
정상에 올랐다.

3라운드합계 9언더파 207타(69-67-71)의 우승스코어는 고바야시 히로미
등 2위권과 2타차의 완벽우승과 함께 10만5,000달러의 상금을 의미했다.

<>.일본무대에서 뛰고 있는 고우순의 미투어대회 2연패는 적어도
"차츰 세계무대로 잠입하는 한국골프"를 예시한다.

고는 최종라운드에서 일본의 세계적스타인 고바야시 히로미 등 2명의
일본선수와 한조에서 플레이했다.

골프의 특성상 상당히 힘겨운 라운드가 분명한데 고는 최종홀의 길고 긴
버디퍼트 성공으로 한국골프의 저력을 여보란듯 과시했다.

미투어에서 대회 2년여속우승은 많아야 두세번 나타난다.

그렇게 볼때 고의 이번 쾌거는 그녀의 지난해 우승이 결코 우연이
아니며 심심찮게 나타나는 한국여자프로의 우승도 결코 우연이 아님을
미국과 일본무대에 주지시킨 셈이다.

고우순 12m버디퍼트는 한국여자골프의 자신감과 미래의 도약을 상징하고
있다.

<>.결국 금년 국내남자프로무대에서 강욱순, 최경주, 권영석, 공영준 등
첫우승자들의 출현과 전미아마선수권등에서의 박세리 활약, 그리고
고우순의 이번 2연패는 "뜨고 있는 한국골프"의 산물이다.

기적같은 우승은 몇년에 한번이지만 선수들의 전반적인 상승세는
"기본 토양"이 좋아져야 이뤄진다.

그런면에서 올 일년은 고의 "굿바이 홈런"으로 더욱 값져 보인다.

< 김흥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