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동쪽 온타리오라는 자그마한 도시에 제임스워트로라는 의사가
살았었다.

지금과 같이 의료과목이 세분되기 전이라서 그는 외과, 내과,
산부인과를 비롯하여 피부과, 안과 치과까지 혼자서 도맡아 진료를
하였다.

그런데다가 선남선녀들의 결혼을 허가해서 주례를 서기도 하고
좋은 상담자가 되기도 하였다.

은발에 등이 약간 구부정하고 언제나 얼굴에 미소를 띠고는 "이 주위의
인디안들은 모두 나의 환자다"라고 말하는 그가, 언제 곳에 왔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몰랐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곳에 정착할때,자연환경과 같이 선생은
이미 그곳에 살고 있었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더욱이 영국대사를 지낸 헨리.가렛트라는 사람은 "영국기행"이라는
책에 제임스 워트로의사에 대해서 쓰면서 "내가 오늘을 살고 있는
것은 모두 선생님의 애정덕택이다"라고 적었다.

이상과 같은 사실에 비추어 그는 고매한 인격자로서 주위사람들로부터
많은 공경을 받았었음에 틀림없다.

그가 1930년 6월6일 온타리오시 중심가에서 남쪽으로 4km 쯤에 위치한
칼트CC에서 골프를 하였다.

지금은 도시가 개발되면서 사라져 버린 골프장이지만 당시에도
칼트CC는 9홀밖에 되지 않는 조촐한 곳이었다고 한다.

선생이 칼트CC의 명물로서 회원들이 "신기루"라고 불러 오던 196야드의
3번홀에 이르렀다.

그홀은 거리가 있어서인지 개장이래 그때까지 아무도 홀인원을 하지
않은 홀이기도 하였다.

77세이던 선생은 그때 드라이버를 잡고 티샷을 하였다.

그린위에서 원바운드로 튀긴 볼이 깃대끝에서 사라지는 것이 틀림없이
홀인원이었다.

우연히도 그린옆에 있는 도로를 지나가던 사람이 제임스선생이 골프를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가 뜻밖에 기상천외한 이 장면을 목격하였다.

그는 단숨에 시청으로 달려가 소리질렀다.

"워트로 선생이 신기루에서 올인원을 했어요"

"아니, 정말이야?"

"이분으로 확실히 보았어요. 틀림없다니까요!"

계속해서 그는 큰길을 뛰어가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 낭보를 전하고
법원, 소방서, 경찰서에까지도 얼굴을 들이밀고 선생이 홀인원을 했다고
큰소리를 질러댔다.

마침내 이 소식을 전해들은 시의회에서는 선생을 위해 카퍼레이드를
벌이자고 결의를 하였다.

이윽고 시청앞에서 그를 위한 행사가 벌어졌다.

단상에 오른 선생이 인사말을 했다.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두통약을 가지고 온분
안계십니까?"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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