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국을 방문한 아르헨티나의 메넴대통령이 안양컨트리클럽에서
골프를 하였다.

그를 초청한 김영삼대통령이 국민들 앞에 재임중 골프를 하지 않겠다고
한 사실을 잘 알고 있를 법한데도 그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재벌회장
들과 골프를 한 것이다.

지구를 꼭 반바퀴 돌아야 하는 우리 나라에 자신의 골프코치까지
데리고 와서 골프를 한 것이다.

그가 골프하러 가는 시간에 필자는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에서
일행 한명을 기다리고 있다가 때마침 골프하러 가는 그의 일행들이
타고 가는 차량행렬을 지켜보게 되었다.

볼성 사납게도 경찰들은 골프하러 가는 그를 호위하느라 법석을 떨고
있었다.

대부분의 일반국민이 골프문화는 나라를 망치는 퇴폐문화로 보고 있다고
하는데 그런 국민들의 공복이 골프치러 가는 사람들을 호위하다니.

코치까지 대동하고 골프를 하는 그런 대통령을 두고 아르헨티나의
국민들과 언론은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이런 잡념을 하고 있는 사이에 문득 대학시절 읽었던 장자의 한대목이
떠올랐었다.

사람은 습한데서 자면 허리병이 생겨 반신불수로 죽지만 미꾸라지도
그렇던가.

나무위에 있으면 사람은 벌벌 떨며 무서워하지만 원숭이도 그렇던가.

이 셋중에 어느 것이 올바른 거처를 알고 있는 것일까.

또 사람은 소 돼지등 가축의 고기를 먹고 순록은 풀을 먹으며 지네는
뱀을 먹기 좋아하고 올빼미는 쥐를 먹기 좋아한다고 한다.

이 넷 가운데 어떤 것이 진짜 맛을 아는 것일까.

모장이나 여희는 사람마다 미인이라고 하지만 물고기는 그녀들을 보면
물속 깊이 숨고 새는 그녀들을 보면 하늘 높이 날아 오르며 순록은
그녀들을 보면 힘껏 달아난다.

이 넷중 어느쪽이 이 세상의 진짜 아름다움을 알고 있을까.

그날 간 골프장의 첫 홀에서 멋지게 맞은 나의 세컨샷은 그만 그린을
오버했다.

어이쿠! 오늘 골프는 잘 안되려나 보다 했다.

그런데 서른일곱발자국 거리에서의 어프로치샷이 홀인되었다.

더욱이 2번홀에서는 세컨샷이 그대로 홀킵으로 들어가 버렸다.

첫 홀에서 버디를 하고 두번째 홀에서는 이글을 한 것이다.

세상에 골프한 참 묘하기도 하지. 그래서 또 필자는 상념에 잠겼었다.

김영삼대통령은 골프가 좋긴 하지만 여러가지 사정상 재임중 골프를
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그래서 골프광인 클린턴을 만나러 가서도 골프를 하지 않고 조깅을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호소가와수상은 조깅을 하자는 김대통령께 굳이 골프를
하자고 했다가 거절당했다.

그래도 그는 김대통령이 좋아하는 조깅은 하지 않은 대신에 함께
산책을 했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메넴대통령은 자신을 초청한 김대통령을 뒤고
한채 경찰들의 호위까지 받으며 골프코치를 대동하고 자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몇몇 재벌회장들과 함께 골프를 했다.

세 분중에 누가 진짜 골프를 알고 있는 것일까.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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