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가 사람 잡는게 골프이다.

지난 24일 끝난 95라이더컵대회는 "설마가 어김없이 나타나는 머피의
법칙골프"와 "적어도 골프에서만큼은 정신력이 객관적전력을 앞설수
있다"는 골프특유의 교훈을 던져 주었다.

대회를 앞두고 미국팀 주장 래니 워드킨스는 그의 "와일드 카드"로
프레드 커플스와 커티스 스트레인지를 선택했다.

12명의 대표선수중 10명은 선발랭킹에 의해 자동선택되나 2명은 주장이
마음대로 뽑을수 있었던 것.

스트레인지는 바로 라이더컵 대표선발때문에 이미 계약까지 맺었던
지난번 패스포트오픈에도 불참했다.

그러나 워드킨스의 선택은 미국에서도 말이 많았다.

커플스는 당연하나 최근 몇년동안 부진한 스트레인지를 뽑은 것은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

워드킨스는 "설마 스트레인지가 결정적 패배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스트레인지가 라이더컵 전체흐름을 바꿔 놓은 장본인이
됐다.

최종일의 싱글매치 12게임중 8번째주자로 나선 스트레인지는 2홀을
남기고 1홀을 이기고 있어 승리가 낙관시됐다.

세계정상급골프에서는 "파가 기본"으로 팔도가 압박감속에 연속버디를
잡기는 어렵다고 봐야했다.

두홀을 비기면 승리이고 설사 한홀을 지더라도 최소한 무승부였다.

그러나 스트레인지는 17,18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해 연속 파를
유지한 팔도에 1홀차로 패퇴했다.

사기가 오른 유럽팀은 선발랭킹 10위로 가까스로 대표가 된 무명
필립 왈튼(아일랜드)이 미국의 제이 하스를 1홀차로 물리쳐 "절대 불리"
라는 예상을 뒤엎고 역전 우승했다.

유럽은 싱글매치12게임중 7게임을 이기고 한게임을 비겨 하루에 7.5점의
승점을 추가한 것.

<>.유럽팀은 사실 "부상자 군단"이었다.

세베 바예스테로스는 등부상으로 고생중이었고 기대주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은 허리부상으로 아예 출전치도 못했다.

이밖에 왈튼을 비롯, 하워드 클락이나 데이비드 길포드등 대표들
구성은 데이비스 러브3세나 필 미켈슨, 톰 레이먼, 코리 페이빈,
벤 크렌쇼등 미국의 화려함에 견줄바가 못됐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은 미국의 낙승을 확신했다.

미국은 승리를 결정 짓는 최종일의 싱글매치에서도 87년이후 유럽에
진 적이 없었다.

여기서 유럽은 선수 개개인 모두가 칼을 갈았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우리가 진다"고 하는데 어디 두고 보자고. 이에반해
이틀째경기까지도 9-7로 앞서며 승리를 자신한 미국은 정신면에서
다소 풀려 있었을 것이다.

<>.이번 라이더컵의 교훈은 아마추어들에게도 공히 적용된다.

핸디캡 10의 골퍼가 "저 친구쯤이야"하다가 핸디캡 18짜리에게
스크래치로 패퇴할수 있고 "설마 90타야 넘겠어"하다가 100까지 넘는수도
많다.

다음이 바로 이같은 해프닝 방지를 위한 이번 "X이론"의 메세지이다.

"이미 라운드에 돌입한후 "이게 아니구나"하며 정신 차려도 소용없다.
라운드이전에 겸허히 "최선을 다한다"는 의식을 자신에게 주지시켜야
한다. 라운드를 시작하면 기차는 이미 떠난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