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X이론"의 테마는 다음과 같다.

"객관적 상황의 변화는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골프스코어는 변한다"

이 테마를 연구해 보자.

(예 1) 한 회사의 임직원들이 모여 시합을 했다.

우승후보는 단연 중학교때까지 선수생활을 했던 A씨로 그의 핸디캡은
6이었다.

그 다음후보는 한창 상승세의 B씨.B씨는 핸디캡이 13정도였으나
주야불문하고 연습에 몰두하는 스타일이었다.

첫조로 나간 A는 나름대로 골프를 달래며 전반9홀에서 2오버파를
쳤다.

그는 내심 "이정도면 누구도 따라오자 못할 것"이라며 만족해 했다.

그러나 10번홀 티잉그라운드에서 누군가 말했다.

"뒷조의 B가 오늘 펄펄 나는 모양이야.B도 전반에 38타를 쳤다는군"

바로 그때부터 A의 골프는 엉망이 됐다.

그는 후반에 줄줄이 보기와 더블보기를 섞어가며 "따논 당상"이던
메달리스트의 자리마저 B에게 넘겼다.

(예 2) C와D는 라이벌이었다.

그들은 한 모임의 시합에서 서로 우승을 다투게 됐다.

D는 그날 골프가 별로였다.

그는 보기플레이를 근근히 유지하며 겨우 자신의 핸디캡정도를 치고
있었다.

경기중반 어느홀에선가 팀이 밀리는 바람에 D는 앞팀의 스코어카드를
힐끗 볼수 있었다.

그런데 그 앞팀에 속해있던 C의 스코어에는 "3"이라는 숫자가 2개나
보였다.

오버파만 적었기때문에 그 "3"이라는 숫자는 분명 트리플보기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아니 저 친구가 트리플보기를 두개나 했다니. 이거 오늘 일이 아주
쉽게 풀리겠는걸"

D는 그 다음홀부터 "언제 골프가 안됐냐"는듯 연속 파만을 잡기
시작했다.

물론 그날 시합은 D의 일방적 승리 였다.

<>.이상의 예는 우리들이 종종 보고 느끼는 "골프 현상"이다.

물리적상황이 변한 것은 전혀 없고 단지 다른골퍼의 스코어만을
"컨닝"했을 뿐인데 그 영향은 한 골퍼의 "골프 전부"를 좌지우지한다.

(예1)은 다른골퍼의 예기치 않은 "선전"에 당사자가 당황한 경우이다.

아마 A는 더 잘쳐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테고 그런 "심리적 무리"가
스코어를 망쳤을 것이다.

여기서 A는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해야 했다.

만약 A가 후반에도 골프를 달래며 전반과 같은 흐름을 유지했다면
A의 승리가 보장됐을 것이다.

B가 잘 쳐오고 있었지만 궁극적 승리는 어떤 경우이든 핸디캡이
낮은 사람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예2)는 자신이 극히 부진하다고 생각했으나 라이벌이 더 부진하자
심리적 안정과 더불어 급상승기류를 탄 케이스.

미루어 보건데 D가 C의 몰락을 몰랐다면 D역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결과는 좋았지만 D는 사실 "골프는 다 똑같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했다.

골퍼들은 모두 "다른 사람은 기가막히게 치고 있는데 나만 헤매는 중"
이라는 "무의식"이 있다.

그러나 골프는 그렇게 간단한게 아닌 법이다.

내가 헤매면 다른 사람은 오히려 더 헤매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게
골프이다.

<>."오늘 필드에서 내 골프가 최고 골프"라고 생각할 것.

그런 생각만 가지면 실제결과도 "베스트"가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