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골프의 불문율들이 대거 깨지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23일 끝난 제124영국오픈의 결과를 보면 골프상식의
대부분이 허물어 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다음이 그 예들이다.

- 파4홀 "원온"은 이제 전혀 뉴스거리가 되지 못한다.

홀구조가 문제지만 거리 300야드대의 파4홀은 대부분 프로들에게
있어 원온의 공략대상이 된다.

이번 영국오픈이 벌어진 세인트앤드루스GC올드코스의 최종 18번홀은
거리가 354야드의 파4홀.

지난 90년 영국오픈만 하더라도 이 홀에서 원온시키는 경우를 본
기억이 없다.

그러나 올해 대회에서는 툭하면 원온이 되거나 거리상으로 원온
이상으로 볼을 날리는 선수들이 많았다.

아마추어 타이거우드(미국)의 경우 티샷이 그린을 오버, 그린 넘어
에지에 정지하기도 했으며 존 데일리(미국)는 볼이 그린 왼쪽의
클럽하우스로 올라가는 계단에 맞고 튀어 나오는 경우까지 있었다.

이 홀은 그린 오른쪽이 OB일뿐 벙커가 하나도 없고 그린폭도 거의
50야드나 되는 이지홀이다.

그때문에 선수들은 마음놓고 볼을 때린다.

그러나 설사 그렇더라도 코리 페이빈 같은 단타자도 그린 근처까지는
볼을 날릴만큼 전반적인 거리향상을 부인할수 없다.

이제 "파4홀 원온"은 결코 신기하지도 않고 새삼스러울 것도 전혀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 골프는 이제 "예측불허의 시대"에서 "예측 불가능의 시대"로
변모했다.

길고 어려운 시네콕힐스에서 단타자 코리 페이빈이 우승하는가
하면 바람부는 링크스코스에서는 존 데일리가 우승한다.

골프자체가 "예측불허의 스포츠"이기는 하지만 이들이 우승할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이제 선수들의 기량이 백지 한장 차이도 나지 않을
정도로 상향 평준화 됐음을 의미한다.

마이클 캠블이란 "무명중 무명"이 공동3위에 오른 것도 "흐름과
정신력"만이 성적의 관건임을 드러낸다.

상금랭킹이 최하위권이더라도 얼마든지 우승을 노릴수 있는 시대,
그리고 "이 선수는 이코스에 맞지 않는다"라는 식의 전망이 극히
부질없는 시대가 바로 요즘의 골프이다.

- 세베 바예스테로스(스페인)가 위대한 선수로 손꼽히는 것은 그의
"샷 창조력"에 있다.

젊은 시절의 세베는 불가능하게 보이는 상황에서도 샷을 만들어
내며 골프를 쳤다.

그런데 요즘의 세계골프는 세베류의 "고기술 샷"이 툭하면 등장한다.

벙커의 수직벽이 2m나 되고 볼이 그 벽으로부터 불과 50cm 떨어진
상황에서도 선수들은 그 볼을 그린에 올린다.

물론 로드홀을 염두에 두고 그런 형태의 샷을 집중 연습했겠지만
그 성공비율은 "저 샷은 뒤로 빼야 한다"는 일반상식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다.

어떤 샷도 가능하다는 전제하의 골프가 요즘의 골프인 셈이다.

<>.세계프로골프는 이처럼 "뛰쳐 나가고"있다.

따라서 한국프로들이나 또 아마추어들도 "뛰고 있는" 세계골프를 파악,
기량향상의 기폭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신체능력면에서의 부족함은 "최신 장비"로 메꿀수 있는게 요즘 골프.
흐름을 알고 거기서 자극을 받아야 발전이 이뤄진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