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이 짧은 선수가 대회초반 잘치면 대개의 경우 종반엔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골프는 "심리"가 성적을 좌우하기 때문에 그같은 전망이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스포츠의 세계는 언제나 "이변"이 있는 법.

제14회팬텀오픈골프선수권대회 3라운드에서 프로경력이 2년에 불과한
최경주(25.반도골프)가
홀로 날랐다.

최는 이날 3언더파 69타의 견실한 스코어로 3라운드합계 9언더파 207타
(67-71-69)를 기록,2위 토니 멀로니(호주)를 무려 5타차로 따돌리며
단독선두에 나섰다.

최는 이대회들어 첫날엔 10번홀(파5.508m)이글,둘쨋날엔 13번홀(파3.160m)
홀인원으로 기세를 올렸고 이날도 8번홀(파5.445m)에서 이글을 기록했다.

최는 8번홀에서 핀까지 50m를 남겨두고 피칭웨지로 친 것이 경사면을
타고 기막히게 굴러 들어갔다.

3일연속 "이글"로 6언더를 치는 "최고의 운과 감"이 최를 솟구치게
한 셈이다.

최는 이날 이글 1개에 버디 4개,보기3개였다.

최는 93년 8월 프로테스트에 합격,사실상 지난해부터 대회에 참가했고
최고성적은 KPGA선수권에서의 11위.지난해 상금랭킹은 22위(1천44만
5,000원)였다.

온종일 비가 내린 이날 언더파 스코어를 낸 선수는 최를 포함,단
3명뿐이었다.

박남신(37.팬텀)은 이날 10번홀부터 4홀연속 버디를 잡는등 버디를
6개나 잡았으나 첫홀 더블보기를 시작으로 보기도 3개나 범해 1언더파
71타에 그쳤다.

박은 3라운드합계 1언더파 215타(71-73-71)를 마크,곽흥수(팬텀),최광수
(엘로드)등과 함께 공동 3위그룹을 형성했으나 선두와 무려 8타의 간격이
있다.

이날 언더파를 친 또하나의 선수는 지난주 캠브리지오픈 2위인 권영석
(아스트라)으로 그는 이날 71타에 합계 이븐파 216타로 조철상,권오철
등과 함께 공동7위그룹을 달리고 있다.

곽흥수는 이날 75타,조철상은 77타 그리고 최상호(남서울CC.엘로드)도
75타를 기록,간판급 중견들이 대체적으로 부진 했다.

최경주가 2위 1명과 5타차,그리고 4명의 3위그룹과 8타차라면 골프대회
에서 가장 "포근하다"할수 있는 포지션.그러나 첫승의 부담,최종일의
부담을 과연 70년생인 최가 굳건히 이겨 낼수 있을지 궁금하다.

만약 최가 우승한다면 그는 프로로서 지난해 벌어들인 상금총액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우승상금 3,000만원)을 한꺼번에 획득하는 셈이다.

한편 이날 첫라운드를 벌인 여자부경기(총2라운드,총상금4,000만원)
에서는 이미숙이 이븐파 72타로 김순미를 2타차로 따돌리며 단독선두에
나섰다.

< 김흥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