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거스타 내셔널GC

현지리포트 < 김흥구 특파원 > ]]]

<>.18번홀에서 마지막 퍼트를 끝내는 순간 벤 크렌쇼(43.미국)는
털석 주저 앉으며 얼굴을 파묻었다.

아마 만감이 교차 했으리라. 84년우승이후 무려 11년만의 매스터즈
귀향. 거기에 바로 일주일전 세상을 떠난 스승의 얼굴이 스치며 그는
복 받치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9일 이곳 오거스타 내셔널GC(파72.전장 6,925야드)에서 끝난 제59회
매스터즈골프대회의 그린자켓 주인공은 미국의 베테랑 벤 크렌쇼였다.

3라운드까지의 선두였던 크렌쇼는 최종라운드에서도 버디6개에
보기2개로 4언더파 68타(34-34)로 선전, 4라운드합계 14언더파 274타로
2위 데이비스 러브3세를 1타차로 따돌렸다.

총상금 220만달러중 우승상금은 39만 6,000달러(약 3억원).

<>.크렌쇼의 이번 우승에는 평생의 스승 하비 페닉과 연결되는 하나의
"스토리"가 존재한다.

거기에는 노스승의 마지막 수업이 있었고 제자는 그토록 어렵고도 귀한
매스터즈 그린자켓을 스승의 영전에 바치며 보답했다.

하비 페닉은 크렌쇼의 모교인 텍사스대 골프코치이자 오스틴CC의 교습가.

미국의 "전설적 골프교습가"로 추앙받고 있는 그는 2년전 "리틀 레드북"
이란 골프교습서를 발간, 무려 1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를 만들기도
했다.

페닉은 숱한 미국프로들을 길렀는데 그 대표적인 제자가 벤 크렌쇼와
톰 카이트였다.

페닉은 지난 2일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다.

지난 수요일에 거행된 장례식때는 크렌쇼와 카이트가 매스터즈 개막
전날임에도 불구, 오스틴으로 날라가 이승을 떠나는 스승의 모습을
지켜봤다.

페닉이 사망하기 일주일전 크렌쇼는 페닉으로부터 마지막 가르침을
받았다.

병 문안차 방문한 크렌쇼에게 거동조차 못하던 페닉은 퍼팅을 두어번
시켜 보더니 다음과 같이 말했다.

"퍼팅이 몇개 떨어지는 것 만큼 확신을 주는 것도 없는 법이야.
퍼터헤드가 절대 손보다 먼저 나가는 법이 없도록 하게" 그 마지막
수업이 주효한 것일까.

크렌쇼는 이번 대회4일동안 홀당 평균 퍼팅수 1.528번으로 랭킹3위였고
특히 최종라운드에서는 3퍼트없이 총24번 퍼팅으로 끝내 가장 퍼팅을
적게 한 선수가 됐다.

그런 퍼팅 호조는 참가선수중 보기가 가장 적은 기록으로 나타났다.

크렌쇼의 4일간 총 보기숫자는 단 5개. 총 버디숫자는 19개로 공동
1위였다.

이는 매스터즈의 굴곡지고 빠른 그린에서 버디퍼트를 가장 많이 넣었고
3퍼트를 거의 안했다는 의미. 물론 그렇게 쳤으니까 우승한 것이지만
그 정신적 확신은 페닉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닐까.

크렌쇼는 경기후 페닉을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나는 이번주 내내 백속에 15번째의 클럽을 가지고 다녔다. 그것은
하비 페닉이다"

페닉의 변치않는 가르침은 다름아닌 "확신"이었다.

"너의 스윙을 믿고 너의 판단을 믿어라. 그리고 최선을 다하며 자신이
최고라는 포부를 가져라"

그런 평생의 가르침이 이번 매스터즈에서 크렌쇼의 가슴에 특히
와 닿았고 그것이 우승까지 이어졌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사실 이날 경기는 최종 3개홀을 남겨 놓을때까지 한치앞을 내다
볼수 없는 혼전이었다.

마지막조인 크렌쇼가 12번홀을 마쳤을때 5개조나 앞서 플레이 하던
그레그 노먼(호주)과 데이비스 러브3세(미국)는 15번홀(파5.500야드)을
벗어나고 있었다.

이때 러브3세는 15번홀의 2온2퍼트버디로 중간합계 13언더파가 돼
"잠시동안의 단독선두"였다.

그러나 크렌쇼도 13번홀(파5.485야드)에서의 3온1퍼트 버디로 응수,
러브와 함께 공동선두가 됐고 노먼은 12언더로 1타차로 추격하는
흥미진진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노먼은 17번홀(파4.400야드)에서 3퍼트 보기로 탈락했다.

이때 노먼은 퍼팅을 잘못한게 아니라 샌드웨지로 친 세컨드샷이
실타였다.

볼은 그린 왼쪽에 치우쳐 떨어졌는데 거기서는 언덕을 넘어 내리막
위치에 있는 홀컵에 볼을 붙이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반면 러브3세는 17번홀 샌드웨지 세컨드샷을 핀옆 60cm에 붙이며
버디를 노획, 16번홀의 3퍼트보기를 상쇄시키며 다시 크렌쇼와 13언더로
공동선두를 이뤘다.

한홀을 남기고 선두와 2타차인 11언더가 된 노먼은 희망이 사라졌다.

그러나 크렌쇼가 16번홀로 들어 서면서 이날 66타를 친 러브의 선전도
아무런 쓸모가 없어졌다.

크렌쇼는 파3홀인 16번홀(170야드)에서 "그린 중앙쪽에 떨어진후
빙그르 돌아 내려가는 샷"으로 볼을 핀옆 1.5m에 붙였고 그 버디를
침착히 성공시켰다.

14언더파로 단독선두가 된 크렌쇼는 17번홀에서도 핀을 보고 쏘며
약 3m 버디찬스를 만들었고 그것도 넣었다.

15언더의 2타차 단독선두. 18번홀에서 크렌쇼는 3온2퍼트였지만
우승과는 상관이 없었다.

<>.노먼은 파5홀들인 13, 15번홀에서 연속 투온에 성공하며 만들어낸
이글 찬스를 두번 다 버디로 그친게 맥을 끊었다.

노먼은 13번홀에서 4.5m, 15번홀에서 약 3m의 이글찬스를 맞이 했으나
특히 15번홀 이글퍼트가 홀컵을 스친게 패인이 됐다.

버디도 잘 한 것이지만 우승이 되려면 하나정도는 떨어지는
"그 무엇으로부터의 도움"이 있어야 했다.

클럽이 착착 떨어지며 세번이나 볼을 핀옆 1m안에 붙이는등 66타로
선전한 러브3세는 결국 "어메리카의 퍼터"로 불리는 크렌쇼의 실수없는
퍼팅에 두손을 든 셈이 됐다.

16번홀의 3퍼트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그것은 커플스도 마찬가지로 커플스는 8번홀(파5.535야드) 이글로
선두에 1타차까지 추격했었으나 아멘코너(11-13번홀)에서의 잇딴
3퍼팅으로 침몰했다.

<>.결과적으로 미국골프는 "하비 페닉의 헌신"으로 메이저 회생의
돌파구를 찾은셈.

크렌쇼의 우승은 "미국의 지난해 메이저 무승"을 올 첫대회에서
종식시키며 92년 커플스이래 3년만에 매스터즈를 미국땅으로 돌려
놓은 것.

이번 우승을 계기로 미국은 올해의 나머지 메이저에서도 급전진 할수
있는 추진력을 얻은 느낌이다.

그것은 외세의 대표주자들이었던 노먼이나 팔도, 그리고 랑거등이
다소 "지친듯한"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노먼은 4R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제이 하스와 함께 공동
3위였고 팔도는 60대스코어를 한번도 못내며 2언더파 286타
(70-70-71-75)로 공동 24위, 그리고 랑거는 이븐파 288타(71-69-73-75)로
공동 31위에 그쳤다.

한편 아마추어 타이거 우드(19)는 5오버파 293타(72-72-77-72)로
커트오프를 통과한 42명중 최하위를 기록했고 일본의 오자키 마사시는
1언더파 287타(70-74-70-73)였다.

<>.크렌쇼의 캐디인 칼 잭슨은 84년 우승할때의 바로 그 캐디.
크렌쇼는 그때부터 매년 흑인인 잭슨을 캐디로 써 왔는데 이번 우승으로
그런 "우정"이 보답받은 셈.

크렌쇼 개인으로서는 이번이 73년 프로입문이래 19승째였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