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거스타 내셔널GC

현지리포트 < 김흥구 특파원 > ]]]

<>.오거스타내셔널GC의 백나인에는 "아멘코너"가 있다.

아멘코너는 11번홀 그린부터 13번홀 그린까지를 뜻하는 지역.

이곳은 "래스"라는 개울물이 굽이굽이 그린을 감싸거나 홀을
가로지르고 있는데 이 아멘코너의 물(수)을 정복하면 우승이 보이고
반면에 어디선가 "퐁당"하며 "아멘!"하게 되면 보따리를 싸야 된다는
얘기다.

아멘코너의 하이라이트는 불과 155야드의 파3홀인 12번홀이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멋진 파3홀",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샷이 요구
되는 홀", "세계에서 가장 비탄의 눈물이 많은 홀"로 불리우는 곳이다.

12번홀은 그린전면에 물이 흐르고 그린의 모양은 옆으로 길쭉하며
가운데는 움푹 들어가 있는 "발자국"모양이다.

움푹 들어간곳 앞뒤는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다.

그린주변에는 계곡의 바람이 수시로 방향을 바꾸며 불어 닥친다.

옆으로 길쭉한 형태의 그린이고 거기에 티쪽으로 경사져 있기 때문에
거리가 여간 정확하지 않으면 볼은 "아멘"소리를 만들어 낸다.

짧으면 백스핀과 함께 꺼꾸로 굴러 물속행이요, 길면 벙커 또는
깊은 러프. 그린뒤에서 치는 어프로치는 경사면을 따라 줄줄 구르게
마련으로 "붙이는 파"가 힘겹다.

이런 연유로 이곳은 환희와 슬픔이 언제나 교차된다.

1970년대에 가장 "뜨거운 골퍼"의 한명이었던 톰 와이스코프는 이곳
에서 "퐁당, 퐁당 그리고 또 퐁당"을 계속하며 이곳에서 8오버파
11타를 친 기록이 있고 천하의 잭 니클로스도 91년대회에서 소위
"더블파"도 못하며 7타를 친 기록이 있다.

반면 프레드 커플스(미국)는 92년 최종라운드에서 그린 전면 둔덕을
맞고 물쪽으로 굴러 내려오던 볼이 물 직전 50cm지점에 멈춰서 거기서
파세이브에 성공, 결국 우승까지 이어졌다.

<>.12번홀을 지나면 "고냐 스톱이냐"를 결정해야 하는 13번홀이
기다린다.

13번홀은 왼쪽으로 거의 90도 꺽인 도그레그홀로 그린앞은 역시
개울물이 가로 지른다.

파5홀이지만 거리는 불과 485야드. 여기서 선수들은 훅성 볼을 쳐
거리를 내야한다.

세컨드샷은 드라이버 거리에 따라 보통 2번에서 5번아이언을 잡는다.

그러나 그린직전이 물이기때문에 대회막바지에 선수들은 투온으로
가느냐 아니면 3온으로 "레이 업"하느냐를 심사숙고 해야 한다.

여기서 볼이 물을 만나면 그만큼 우승은 달아난다.

우승의 운이 있는 선수들은 버디를 잡는데 자신이 보기라면 "말하나
마나" 아닌가.

아멘 코너를 지나 오거스타에서 그린이 가장 까다롭다는 14번홀
(파4.405야드)을 거치면 다시 갬블을 해야하는 "라스베거스홀"이
나타난다.

바로 파5,500야드의 15번홀. 이곳은 18홀중 버디가 가장 많이 잡히는
직선형태의 홀이지만 역시 그린 앞을 물이 가로막고 있다.

15번홀은 웬만하면 물을 넘겨 투온을 노려야 한다.

여기서의 파는 다른홀 보기와 같다.

이글 또는 버디를 잡아야 우승과 연결된다는 의미. 94년대회에서
미국의 칩벡은 여기서 3온으로 가다가 "미국 골프망신 다 시킨다"는
집중포화를 얻어 맞아야 했다.

최종라운드에서 칩벡은 선두 베른하르트 랑거(독일)에 2타 뒤져
있었는데 무조건 투온을 시켜 버디를 잡아야 할 이곳에서 안전하게
3온으로 간 것.

그당시 칩벡의 그린까지 거리는 불과 190야드 정도였다.

라스베거스홀인 13,15번홀에서 "수박 3개"가 나왔다해서 반드시
우승이 보장 되는 것은 아니다.

91년 최종라운드에서 톰 왓슨(미국)은 13,15번홀에서 연속 이글의
기염을 토했다.

두홀에서 4언더를 치면 우승의 운이 있다고도 할 수 있으나 왓슨은
동률선두의 자리에서 최종 18번홀 더블보기로 이안 우즈넘에게 정상을
헌납했다.

"매스터즈우승은 선수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신으로 부터 주어지는
것"이라는 경구가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오거스타 후반 9홀은 11,12,13번홀의 아멘코너를 비롯 15번홀과
파3홀인 16번홀(170야드)이 모두 물과 연결돼 있는 "워터 홀"이다.

바로 이 5개의 워터홀에서 어떻게 치느냐가 우승을 결정한다.

1986년 46세의 나이로 가장 "센세이셔널한"우승을 차지한 잭 니클로스는
일요일 오후에 11번홀 버디, 12번홀 보기, 13번홀 버디, 15번홀 이글,
그리고 16번홀 버디로 1타차 우승했다.

85, 93년우승자 랑거는 이 5개홀에서 최종일 3언더를 쳤고 90년
닉 팔도도 3언더였다.

이같은 백나인의 구조는 필연적으로 막바지 "드라머"를 만든다.

"일요일 오후의 드라머탄생"이 매스터즈의 변치 않는 신화가 된 것도
이글에서 더블보기를 오가는 "환희와 절망의 백나인코스"에 기인한다.

여기에 메이저대회중 가장 빠른 오거스타의 그린도 50cm퍼팅을 놓치는
"인간 최후의 쓰라림"을 선사한다.

보는 사람은 아쉬움의 탄성뿐이지만 선수입장에선 "우승을 위한 일년의
기다림"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셈이다.

바로 이런 요소들로 매스터즈는 올해도 선수들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
놓을 것이며 당신의 가슴에도 방망이 질을 해 댈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