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이 골프에 입문했다고 하니까 직장상사들이 자리가 하나
비었는지 금요일 저녁에 골프장행을 통고해 왔다.

"기회가 오면 수단 방법 안가리고 나가야 한다"는 소릴 들었는지라
김과장은 "영광입니다"를 외치며 일요골프에 합류했다.

그런데 그 직장상사들 중에는 김과장과 영 뜻이 맞지 않는 Q씨도
있었다.

"다 좋은데 Q씨와의 골프는 정말 싫다.

내가 헤매면 그가 또 얼마나 날 형편없이 볼까" 이런 식으로 김과장은
마음이 무거울수 있다.

그러나 김과장은 "칼자루"가 자신의 손안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어느 홀에선가 Q씨가 칠 차례가 되면 정중히 두손을
모으고 "Q이사님. 양쪽이 OB입니다. 조심해서 치십시오" 하면 된다.

그럴경우 Q씨는 십중팔구 OB를 내게 마련이다.

그것이 너무 속 들여다 보이면 해저드 앞에 이르러 "거 연못 참
크고도 깊은 것 같네" 정도로 혼잣말을 해도 된다.

Q씨는 역시나 연못에 볼을 쳐 넣을테니까.

<>.앞의 얘기는 물론 농담반, 진담반이다.

그 의미는 골프가 "말"의 게임이라는 것이다.

"입장바꿔" 생각하면 모든게 이해된다.

당신이 칠 차례가 됐을때 누군가 "OB조심해"라고 말하면 당신의
골프근육은 더욱 긴장으로 인해 경직될 것이고 그 결과 스윙이
무너질 것이다.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골프의 이런 속성을 벗어나고 또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구력 10년이 돼도 "여기가 지난번 자네가 아스팔트 맞힌곳 아닌가"
하면 마음과 몸이 다 함께 움추러 들게 마련이다.

골프는 어쩌면 그런 속성을 이겨나가는 과정이다.

위기가 닥칠수록, "말"들이 쏟아질수록 투지를 불태우며 강해지는
과정이 바로 골프가 성숙해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앞의 김과장케이스는 "골프를 잘 모르는" 김과장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런 종류의 코멘트는 친한 친구들 끼리 "골려먹는" 재료이긴 하지만
점잖은 사이의 정통적 매너는 결코 아니다.

<>.OB나 해저드의 위치같은 것은 이미 객관적으로 알려져 있는
공지사항이다.

골퍼들이 공지사항에 대해 서로 말하거나 알려주는 것은 규칙적으로
아무 하자가 없다.

그러나 스트로크에 영향을 주는 조언이나 시사, 즉 "어드바이스"
에는 2벌타가 부가됨을 알아야 한다.

예를들어 파3홀에서 다른 골퍼가 몇번 아이언을 잡았는지 물어보면
2벌타이고 그걸 알려줘도 2벌타이다.

플레이중 "이렇게, 저렇게"치라는 식의 레슨도 스트로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니만큼 2벌타이다.

물론 이같은 규칙은 시합용인 성격이 강하지만 주말골퍼들도 "그렇
다는 것" 만은 알아둬야 한다.

아마들은 "공지사항" 만으로도 상대심리를 교란시킬수 있는데 굳이
어드바이스로 "2벌타의 진실"을 외면할 필요가 없다.

< 김흥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