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사들의 세계대회 연승행진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지난2월 진로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우승함으로써 "세계대회 연속8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고 있는 한국기사들은 오는 20일 열리는 동양증권배와
4월1일 개막되는 후지쯔배에서 다시한번 세계 최강의 실력을 검증할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20,22,24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제6기 동양증권배 세계바둑선수권
대회 4강전은 한국의 조훈현구단과 중국의 마효춘구단,그리고 중국의
섭윙평구단과 일본의 야마시로(산성 굉)구단의 대결로 펼쳐진다.

지난 5회대회까지 한번도 우승을 뺏기지 않았던 한국은 4강에 비록
1명이 올라있지만 그가 바로 국제대회에 강한 조구단이라는 점에서
6년연속 우승전선에 이상이 없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 있더라도 결과는 언제든지 뒤바뀔수 있는
것이 승부의 세계.

조-마구단의 역대전적은 조가 1승으로 우세하지만 마구단이 중국의 5개
타이틀 보유자라는 점,이창호류의 끝내기 명수라는 점에서 변수가 되고
있다.

조구단이 준결승에서 이겼을 경우 결승에서는 섭윙평-야마시로전 승자와
맞붙게 되는데 만약 섭이 올라온다면 섣불리 승리를 장담할수 없게 된다.

역대전적 8승3패에 91후지쯔배이후 진 적이 없는 조구단이 일단 유리한
입장이지만 국제대회우승 고비고비에서 번번이 조구단의 벽에 막힌 섭이
강한 라이벌의식으로 무장,만만치않게 달려들 전망이기 때문이다.

또 조구단은 22년만에 국내대회 무관이라는 달갑지않은 감투(?)에다
최근 잇단 대국으로 체력이 급격히 저하된 상태라는 점이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 다음달 동경에서 열리는 제8회 후지쯔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에
7명(4인방+양재호 장수영구단 최명훈사단)의 정예가 출전,대회3연패를
겨냥하고 있다.

4개 세계대회중 유일하게 일본이 주최하는 이대회는 93,94년 연속
한국의 유창혁 조훈현이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세계바둑의 본령임을
자랑해온 일본의 체면이 여지없이 구겨진 상태이다.

일본은 본선진출자 24명중 한국기사가 7명이나 되지만 임해봉 조치훈
고바야시 요다등 정예 8명을 투입시켜 이번 만큼은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진로배 3회,동양증권배 2회,후지쯔배 2회,응창기배 1회등 현재까지
8회 연속 세계대회 타이틀을 휩쓸고 있는 한국바둑이 올해초의 진로배
대역전승의 여세를 언제까지 몰고갈지 바둑팬들의 이목이 쏠려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