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PGA투어 봅호프클래식 첫날 경기가 열린 15일은 골프역사에 기록될
만한 날이 아닐까한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두 전직대통령,대회주최자인 코미디언 봅 호프,
그리고 지난대회 우승자 스코트 호크와 함께 조를 이뤄 라운드한 것이다.

현역 대통령이 정규투어에 참가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골프애호가인 클린턴(48.민주당)은 지난92년 선거에서 그에게 패배했던
조지 부시(70), 그리고 역시 공화당소속인 제럴드 포드(81) 두 전직대통령
과 함께 자선기금 마련과 골프라는 공통분모아래 필드에서 만난 것이다.

우리현실로는 상상조차 할수없는 일이지만 세 대통령은 이구동성으로
"대단히 만족스럽고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라운드후 소감을 말했다.

포드는 한술더떠 토요일까지 4일동안 계속 선수들과 라운드할 예정이다.

올해로 36회를 맞는 이 대회는 미국의 유명한 원로 코미디언 봅 호프
(91)가 창설했다.

그는 골프의 마력에 끌려 그의 이름을 딴 공식대회를 만들었다.

미투어중 유일하게 5라운드로 치를 정도로 대회가 독특하다.

대회장소도 인디언웰즈CC를 포함해 3곳이나 된다.

해마다 대회수익을 자선기금으로 내놓는다.

이번대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골프애호가들로 알려진 전.현직 대통령을 끌어들여 성황속에
대회를 치르고 있다.

대통령조에는 클린턴때문에 300여명의 경호원들이 따라다녔지만, 1만
여명의 갤러리들이 이들의 골프솜씨를 감상하고,이들과 악수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부시와 포드가 여러번 갤러리들에게 볼을 날려 "위험"을 알렸음에도
갤러리들은 이들조만 에워쌌다.

포드가 자신을 포함한 대통령들을 "3해커"로 표현할만큼 이들의 골프가
엉망이었음에도 갤러리들은 대통령골프에 그만한 관심을 표명한 것이다.

수요일에 시작된 이번 대회는 여느대회의 프로암과는 좀 성격이 다르다.

프로와 아마추어유명인사가 같은 조에 편성돼 라운드하는 형식은 같으나
프로들의 스코어는 곧바로 대회성적이 된다.

아마추어야 어차피 자선기금 마련과 친선이 목적이므로 부담이 없겠지만
프로로서는 대통령과 라운드한다는 부담감과 경기리듬등에서 불리할 것이
뻔하다.

호크는 지난대회에 우승했다는 죄로 이번에 대통령들과 조를 이뤘는데
70타로 마친후 "어떤 것과도 바꿀수없는 소중한 경험이었지만 꽤나 긴
하루였다"고 말했다.

이 VIP들의 골프실력은 얼마나 될까.

이들이 챔피언티를 사용했는지 레귤러티를 사용했는지는 미상이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부시가 92타로 위너가 됐고, 클린턴이 93타, 포드가
100타였다.

91세인 호프는 8년만의 "18홀 완주"사실이 스코어보다 관심거리였다.

클린턴은 라운드후 "얼마전 캠프데이비드에서도 80타를 쳤는데 오늘의
스코어는 3~4년래 최악이다"고 말했다.

제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얘기인데, 그것이 대회직전 잃어버린 퍼터
(구형 타이틀리스트 불스아이)때문이었다고 말하지 않은 것으로 봐 그가
적어도 "연장 탓"을 하는 골퍼는 아님이 분명하다.

클린턴은 부시에게 선두를 뺏겼지만 그래도 세 사람중 가장 건실한 플레
이를 보여주었다.

그는 바로 앞조에 있던 아놀드 파머의 조언덕분이었는지 몰라도 다른 두
대통령과 달리 한번도 갤러리를 맞히지 않은채 18홀을 마쳤다.

그러나 그도 골퍼였음인지 첫홀에서 티샷이 벙커에 빠져 트리플보기를
범했다.

반면 부시는 이날 두번씩이나 갤러리에게 볼을 날렸다.

10번홀에서 세컨드샷이 노마 얼리라는 여자갤러리 코를 맞힌다음 안경
마저 깨뜨렸다.

그녀는 인근 병원에 가서 10바늘을 꿰맨다음 다시 필드로 와 나머지
경기를 관람했다고 외신은 전한다.

그 대통령에 그 국민이라 할만하다.

부시는 14번홀에서도 갤러리의 뒷다리를 맞혔고,사과의 뜻으로 볼에
사인을 해 갤러리에게 기념으로 주었다고. 여하튼 부시는 그러고서도
92타로 아마우승을 했다.

재임시 형편없는 골프솜씨로 유명했던 포드는 나이답지 않게 노익장을
과시했다.

첫홀에서 볼이 왼쪽으로 휘자 "포어"라고 큰소리로 외쳐 갤러리들을
웃긴 그는 17번홀에서는 급기야 나무뒤에 피해있던 한 갤러리의 손가락
으로 볼을 날렸다.

갤러리가 괜찮다고 하자 "갤러리들에게 우리뒤로 오라고 했었는데"하고
갤러리탓을 하기도. 세계 최강국 미국에서나 있을수있는 이 역사적 라운
드를 마친후 클린턴은 "너무 왼쪽도, 너무 오른쪽도 아닌 곳으로 플레이
하려 했다.

그것은 상당히 정치적인 골프였다"고 코멘트했다.

극단을 좇지않고 중용을 고수하려 했다는 의미있는 그의 조크는 골프를
아는 대통령이기게 가능하지 않았을까.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