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엔 설경이 제일이고 눈이 있어야 제맛이 난다.

이번 겨울엔 눈이 충분히 내리지 않아 겨울운치을 즐기려는 등산.
여행객을 다소 안타깝게 했으나 이번 주말에 전국적으로 눈이 올것이라는
예보가 나와있으니 기대해볼 일이다.

눈이 그리워서인지 인공설을 쌓아놓은 스키장이 최고인기를 누리고있다.

덩달아 눈썰매장도 이번 겨울시즌에 많이 개장됐고 연일 인파가
몰리고 있다.

등산을 자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천연 눈썰매장도 있다.

겨울산 하산코스에 눈이 얼어 자연적으로 형성된 "미끄럽고 경사진
눈길"이 바로 그것이다.

등산인들이 우스갯소리로 "히프스키"라 부르는 이 엉덩이 하산행은
어린시절의 추억을 불러일으켜 한순간 "동심의 세계"에서 노닐게한다.

자녀들과 동반해 등산을 겸해 가볼만한 재미있고 안전한 "자연눈썰매장"
명소 몇곳을 소개한다.

>> 장군산 <<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에 있는 장군산(1,140m)은 인근의 오대산에 명성에
눌려 아직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산이다.

등산인들의 손때가 거의 묻지않아 태고적 자연미가 살아 숨쉬고 정상
부근에 볼수록 신기한 장군바위등 기암괴석을 수놓고 있어 더욱 신비롭다.

장군산으로 가는 길은 일단 평창군 진부읍에 이른후 오대산의 길목인
간평리 삼거리를 지나 유천리 숫돌골 입구에서 시작한다.

묵밭을 거쳐 주능선 삼거리에서 정상까지는 500m거리다.

눈이 항상 많은 장군산에서의 하산길은 거의 히프스키코스다.

정상에서 서쪽 주능선 삼거리로 되돌아와 능선길을 따라 40분정도
가면 저절로 발길이 멈춰지는 장군바위에 닿는다.

장군바위에서 서쪽능선길을 따라가다 967m봉을 넘어 능선길을 타고내려와
병내리 안개꽃 재배단지에서 하산을 마치게 되는데 이 하산코스에 길이가
약 500여m에 달하는 "엉덩이썰매장"이 터널처럼 자연형성돼있다.

이 곳은 경사가 급하고 미끄러워 걷는것 보다는 히프스키를 타는 것이
안전하고 재미있다.

일행이 많을 경우에는 인간열차를 만들어 합동미끄럼을 타면 더 재미있다.

<>산행가이드=교통편은 동서울터미널서 진부까지 직행버스(30분간격)이용
하고 진부-유천리는 군내버스(하루6회운행)를 탄다.

숙박은 진부읍내의 진부장과 민박이 있고 진부읍의 부림식당은 산채정식
으로 유명하다.

총산행시간 4시간소요.

>> 백덕산 <<

강원도 평창군 영월군 횡성군 3군에 걸쳐있는 백덕산(1,350m)은 울창한
수림과 기암절벽,층층단애등을 고루 갖춘 깊은산이다.

산이름에서 느낄수 있듯이 겨울철이면 풍부한 적설량에다 도처에
그림같은 설화가 만발해 이곳을 찾는 산악인들의 감탄을 자아내게한다.

영동고속도로 새말 진입로에서 평창가는 국도를 따라가다 안홍면을
지나 당도하는 문재(해발 820m)가 산행의 기점이다.

남부능선-사자산-당재-삼거리를 정상에 이른다.

정상에서 하산은 삼거리로 다시 되돌아와 동부능선을 거쳐 안부에서
목골마을로 향하는데 급경사의 등산로는 마치 스키장의 설원을 방불케한다.

히프스키를 타면서 모처럼 어린이처럼 웃고 소리지르며 내려오다보면
산행의 피로가 싹 가시면서 어느듯 묵골마을에 와있다.

총산행시간 5시간소요.

<>산행가이드=서울-원주는 고속버스나 열차편이용,원주-안홍간은
시내버스 1일 6회운행,안홍-운교리(문재경유)1일 5회버스운행. 묵골의
이종호씨집(0374-32-4694)에서 민박가능,묵골마을회관에서는 가마솥두껑을
뒤집어 만들어내는 감자부침과 동동주를 맛볼수있다.

>> 제왕산 <<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과 명주군 왕산면사이에 걸쳐있는 제왕산(841m)은
광활한 대관령평원과 동해바다를 끼고 있어 한없이 넓고 장쾌한 산이다.

산행기점도 대관령(850m)마루턱에서 시작하므로 특별한 건각의 소요자가
아니더라도 쉽게 정상에 오를수 있다.

대관령 남쪽 휴게소에서 산행을 시작,한겨울철에 적설량이 60-100cm에
이르는등 많은 눈이 쌓이는 곳으로 유명한 능경봉에 이른다.

전망이 장쾌한 능경봉을 내려와 제왕산으로 접어들어 고사목군락이
장관을 이룬 암릉길을 따라 올라가면 정상이다.

하산은 동쪽능선을 따라 내려가는데 눈이 많이 쌓였을 경우 "히프스키"를
타고 내려가는 것이 안전한 급경사코스가 많다.

총산행시간은 4시간소요.

<>산행가이드=교통편은 서울상봉터미널에서 하루 12회 운행하는 강릉행
버스를 타고 횡계에서 하차,횡계-대관령간은 택시이용.강릉-가마골간은
시내버스가 수시로 운행한다.

숙박은 가마골마을의 민박이나 강릉의 여관을 이용한다.

가마골식당(0391-43-6408)에서는 멧돼지,흑염소,오골계,동동주들
각종 토산식품을 맛볼수있다.

[ 히프스키 ]

하산길에서 자연스럽게 타게되는 눈썰매는 겨울산행의 또다른 묘미이기도
하다.

산악인들사이에 엉덩이(히프)썰매로 통하는 눈썰매를 타려면 스톰바지등
두꺼운 바지를 껴입거나 두꺼운 비닐이나 마대등을 준비해서 깔고 타면
좋다.

최근에는 히프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히프스키용 덧바지도
개발돼 시중에 나와있다.

급경사길에서는 절대 과속하지말고 두다리를 구부려서 뒷굼치로 바닥을
긁으면서 속도를 늦춰 앞사람과의 안전거리를 확보한다.

<노웅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