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덮인 산장에서 겨울을 만끽한다''

높은 산, 깊은 산중에 위치, 설경에 휩싸여 적막함까지 감도는 겨울산장의
매력은 뭐라 말할수 없이 환상적이다.

정갈한 눈꽃에다 차디찬 물과 공기가 마음을 깨끗하게 해주는 겨울산장
에서 보내는 밤은 또 진솔한 대화를 도란도란 나눌수 있는 분위기가 있어
더욱 좋다.

이들 산장들은 등산객들의 대피소를 겸해 전기.수도시설등이 돼있지 않아
다소 불편한 점도 없지않지만 산행을 하면서 하룻밤쯤 묵어볼만하다.

전국 20개국립공원에 있는 34개산장중 경치가 뛰어난 몇곳과 이용요령등을
안내한다.

<> 지리산 =노고단아래 2동의 산장과 장터목산장등이 좋다.

노고단산장(0663-782-8663)은 승용차로 손쉽게 갈수 있는데다 시설도 좋아
올해만 해도 1만2,000여명의 등산객이 다녀간 명소다.

2동의 산장중 작년에 개장한 제2산장은 동절기엔 사용하지 않고 87년에
건립한 제1산장만 운영하고 있다.

노고단산장은 지리산 10경중의 하나인 구름바다(운해)와 눈꽃(설화)이
일품이다.

눈이 오지 않아도 상고대(나무나 풀에 내려 눈같이 된 서리)가 설화를
대신해 준다.

또 세모에는 새해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녘에 노고단에 오르는 등산객들의
랜턴행렬이 장관을 이룬다.

종석대의 일몰도 구경거리다.

지리산남부관리사무소의 김승완씨는 "노고단산장에서 내려다보면 성삼재,
화엄사, 무넹기등에서 랜턴을 켜고 올라오는 등산객들의 행렬이 마치 횃불
놀이를 하는 것처럼 새해아침을 밝혀준다"는 것이다.

수용인원은 220명.

지리산최고봉인 천왕봉아래에 있는 장터목산장(0596-73-1750)은 새해일출을
보기 위해 많이 찾는 곳.

세모를 산장에서 보내고 새해원단을 산정에서 맞이하기 위해 오르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시작이 된다.

이곳도 설화가 아름답고 섬진강의 물줄기도 조망할수 있다.

노고단은 구례나 남원에서 천은~반선간 861번 지방도로를 이용하여 차량
으로 올라갈수 있으나 겨울철에는 차량통행을 통제하므로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날씨가 좋아 성삼재까지 승용차를 이용하면 노고단까지는 1시간거리다.

화엄사에서는 3시간30분거리(10km).

<> 덕유산 =정상 바로 밑에 자리잡은 향적봉산장(0657-322-1614)은 전국
산장중에서 설경이 가장 아름다운 곳중의 하나로 꼽힌다.

불행히도 눈이 많이 안와 설경을 구경할수 없더라도 사방으로 툭 트인
전망이 이 산장의 자랑이다.

향적봉정상에서 보면 지리산의 능선이 모두 다보이고 무등산도 지척에
있다.

함양쪽으론 백운산, 전주쪽으론 운장산, 진안쪽으론 마이산, 대전쪽으론
계룡산과 대둔산, 서울쪽으론 소백산과 속리산(문장대)이, 대구쪽으론
팔공산이 펼쳐져 있다.

83년에 준공된 이 산장은 팔각형의 아름다운 외양을 갖추고 있고 수용인원
은 60명.

산장개장당시부터 들어와 있던 허의준씨가 지금까지 산장을 지키고 있다.

<> 설악산 =대청봉정상에서 오색방향으로 약 100m아래에 있는 대청대피소
(0396-672-1708)는 대청봉에서 동해일출을 보기 위해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해발 1,500m인 이곳산장앞으론 속초앞바다와 내설악의 서북능선이 바라보여
경관도 뛰어나다.

대청대피소는 현재 공사중인 중청대피소(통나무집으로 건축, 수용인원
140명, 조경공사등 마무리단계)가 내년 4월께 완공, 개장되면 폐쇄될 운명에
있어 올겨울시즌만 지나면 등산객들에겐 추억의 장소로 남게 될 운명이다.

소청대피소(북면 용대2리)도 산꼭대기에선 50m정도 내려와 있지만 동해의
일출을 볼수 있고 공룡능선과 백담사계곡이 내려다 보여 전망이 좋아
호젓하게 쉬면서 새해설계를 하기 좋은 곳이다.

백담사 맞은편 300m지점에 위치한 백담산장(0365-462-5822, 관리인
김선태)도 설악산에서 빼놓을수 없는 곳.

백담사와 접하고 있어 산사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수 있는데다 2층엔
온돌방도 갖추고 있고 1층엔 페치카를 설치한 넓은 홀도 있어 시설이 좋은
편.

방을 사용하려면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수용인원은 300명정도.

<> 오대산 =오대산장(0374-32-6818)은 월정사에서 상원사로 가는 길의
중간지점 대로변에 위치, 접근하기 쉬운 것이 장점이다.

산장앞에서 야영도 가능하고 민박분위기가 나는 곳이다.

설경에 파묻힌 사찰의 정취를 느끼기에 적합한 곳.

수용인원 50명.

청학산장(0391-661-4186)은 소금강매표소에서 약1km(약5분거리)에 있다.

수용인원 70명.

<>.산장이용정보=요즘엔 당일산행이 늘어 산장이용객은 많지 않다는게 산장
관리인들의 말이다.

그러나 방(이용료 3만원)을 이용하고자 할때는 미리 연락을 하는 것이
좋다.

노고단등 최근에 설치된 일부산장을 제외하곤 난방시설이 없거나 충분하지
않으므로 개인용침낭을 꼭 준비해야 한다(담요등 침구를 1,000원에 대여해
주나 부족할수가 있다).

라면등 간단한 스넥류이외에는 음식을 팔지 않으므로 취사장비를 갖추고
산장내 취사는 지정된 장소를 사용.

전기.수도시설이 없는 곳도 많으므로 랜턴을 필히 준비하고 물은 근처샘물
을 이용한다.

산장이용료는 1인당 3,000원.

< 노웅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