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갑자기 뉴질랜드 붐이 일고 있다.

아마 이것은 작년 7월부터 관광객에 대한 입국비자가 면제된 탓도
있겠지만 물 공기 음식 어느것 하나 마음놓고 먹을수 없는 찌든 환경공해
에서 탈피하고 싶은 마음에서 공해라고는 찾아볼수 없는 신선한 나라,
뉴질랜드에 대한 동경과 관심을 자극한 것이 원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뉴질랜드는 크게 북섬과 남섬, 2개의 큰 섬으로 된 나라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북섬과 남섬은 모양새나 특징이 전혀 다르다.

북섬은 화산과 지열지대, 온천이 많고 남쪽은 험준한 산과 빙하,
피오르드, 호수가 많다.

한마디로 짧게 북섬을 "불의 섬", 남섬을 "얼음의 섬"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또 왠지 한국사람들은 북섬만을 사랑해 왔다.

그러나 남섬에도 신비롭고, 장엄하고, 희한한 볼거리가 수두룩하다.

남섬의 지붕 마운트 쿡은 해발 3,764m의 거봉으로 그 주변에 3,000m가
넘는 큰 산들이 27개나 모여있어 남반구의 알프스라고 부르고 있다.

일년내내 흰눈으로 덮인 웅장한 산세와 360여개가 넘는 빙하는 남섬의
인상을 요약한 대표적인 경관이다.

그런데 이 빙하들이 온대에 있는 것이 기묘하다.

온대에 빙하가 있는 곳은 지구상에 오직 이곳뿐이다.

마운트 쿡의 왼쪽에 있는 거대한 현수빙하는 높이가 3,157m다.

여기서 떨어지는 빙괴소리는 멀리 떨어진 호텔에까지 들려와 관광객을
매료시킨다.

온대빙하라는 폭스와 프린츠 조셉 2개의 빙하는 유속이 빠르기로 유명하다.

어떤때는 하루 5m를 이동하는 날도 있다.

보통 빙하는 하루 몇 이동이 고작이다.

남섬의 서쪽 해안의 피오르드랜드는 이처럼 빠른 빙하가 만들어 낸 걸작
예술품이 아닐까.

피오르드는 수억년에 걸친 빙하의 운동과 무게에 눌려 땅이 꺼지면서
바닷물이 스며든 자연 현상이다.

피오르드랜드에는 14개나 되는 피오르드가 있다.

이중에서 관광객에게 인기가 있는 곳은 밀포드 사운드와 다웁트풀
사운드다.

밀포드 사운드로 가려면 먼저 테 아나우를 경유한다.

깊은 산속의 호변에 있는 테 아나우는 인구 3,000명의 작은 산간도시다.

테 아나우에는 묘한 수중 동굴이 있다.

테 아나우란 말은 "소용돌이 치는 물속의 동굴"이란 뜻이다.

깊이가 9km나 된다는 이 동굴은 물의 흐름이 너무 격심하여 관광객이
구경할수 있는 곳은 입구부분 일부다.

이 동굴은 작은 보트를 타고 구경한다.

높이가 1m도 안되는 좁은 통로를 지나면 갑자기 넓은 광장이 나온다.

물결은 이곳에서 잠잠해지지만 그대신 어디서 들려 오는지 고막이 터질것
같은 굉음이 가득하다.

소리를 좇아 배를 전진시키면 캄캄한 동굴 속에서 흰 거품을 일으키며
맹렬하게 낙하하는 폭포를 만난다.

여기서 보트를 내려 폭포옆으로 난 계단을 밟고 오르면 놀랍게도 지저호가
나타난다.

동굴관광은 여기서 끝이다.

더 깊은 곳은 위험하여 구경을 안시켜 준다.

테 아나우에서 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길도 기가 막히다.

이 길에는 세계 제일이라고 자랑하는 트레킹 코스가 있다.

밀포드 사운드는 배를 타고 구경한다.

바다도 아니고, 강도 아니고, 호수도 아닌 침묵의 수면 피오르드의 양쪽
에는 1,000m가 넘는 깎아지른듯한 절벽들이 괴물처럼 버티고 서 있다.

쳐다만 봐도 아찔해 지는 숨가쁜 절경이다.

이 절벽 허리에선 수없이 많은 폭포들이 떨어져 내리고 있다.

낙차 160m의 보웬폭포, 146m의 스털링폭포등 유명한 폭포들을 이곳에서
볼수있다.

남섬의 도시들도 특색이 있다.

너무도 영국적인 도시를 볼수 있다.

남섬의 관문인 크라이스트 처치는 "영국보다 더 영국적인 도시"라는 평을
듣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 출신 엘리트들이 이상사회 건설을 꿈꾸며 만든 계획도시다.

이들은 비옥한 칸타베리 평야의 한 중심지, 애본 강변에 그림처럼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었다.

퀸즈타운은 서든 알프스 산맥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호반도시로 마운트
쿡과 밀포드 사운드 관광의 거점 도시다.

너무 아름다워 신혼여행지로 유명하다.

< 김윤기 (해외의학교류회장)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