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미국월드컵 16강진출의 꿈은 역시 기대로 끝났다. 그러나 경기내용면
에서는 16강이상의 전력과 투혼을 보여줌으로써 한국축구의 미래를
낙관할수 있는 희망을 갖게해 줬다.

막판대역전극을 펼친 스페인과의 1차전,골운 부진으로 16강진출에 암운을
드리운 볼리비아와의 2차전,세계최강 독일을 혼쭐내고도 전반대량실점으로
탈락을 몰고온 3차전등 한국이 이번대회에서 치룬 예선3게임은 모두
한국축구사에 길이 남을 한편의 드라마였다.

한국인에게는 우리축구도 이제 세계축구수준에 근접했다는 뿌듯한 자신감
을 안겨줬고 세계축구팬에게는 한국축구의 놀라운 성장과 무엇보다도
꺾을수 없는 불타는 투혼을 깊이 각인시켜 줬다 하겠다.

비록 16강진출엔 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한국은 예선전을 통해 세계축구
열강등과 대등하거나 또는 상대적으로 우세한 경기를 펼침으로서 전력이
지난 86년, 90년대회때보다 월등히 성장했음을 입증했다.

한국의 과거 월드컵전적은 1무7패. (득점5, 실점29)월드컵에 32년만에
출전한 86년 멕시코대회때는 1무2패(득점4,실점7)를 기록하며 아르헨티나
등에 선전했으나 90년 이탈리아대회에서는 무기력한 경기로 일관, 3패
(득점1, 실점6)해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는특히 2무1패(득점4, 실점5)로 조3위를 차지했으며 빠른
스피드와 기동력을 바탕으로 한 순간돌파능력은 세계수준의 기량이라는
현지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았다.

평가전부터 줄곧 미비점으로 지적돼온 수비는 역시 16강탈락의 원인이
되고 말았지만 우리팀이 상대한 3팀이 모두 2~3명의 세계적인 스트라이커
나 골게터를 보유하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대인마크를 했다고
할수있다.

그러나 뒤돌아보면 16강진출이 가능했던 순간들을 놓친 아쉬웠던
전략상의 실수등이 옥의티처럼 엿보이는 점도 전혀 없지는 않다.

한국팀의 자신감의 이면에는 패배의식이 자리잡고 있었다. 지난 6월1일
미국으로 향발한 한국선수들은 비행기안에서 입국신고서를 쓸 때 귀국
날자를 모두 30일로 기재, 무의식적으로 예선통과를 기대하지않고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제 한국축구는 패배의식대신 가능성을 확신할수 있게됐다.

김정남대한축구협회전무는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이번같은 패배를
재연하지 않기 위해서는 수비수의 양성에도 역점을 둬야한다"며 "잠재
돼있는 축구인기를 회복, 선수층의 저변확대와 조기축구교육이 뒷받침된
가운데 우수한 외국코치등을 영입, 선진축구기술을 접목한다면 월드컵
16강진출은 가시권내로 들어왔다"고 진단했다.

박종환일화감독도 "세계적인 선수를 양성하고 골결정력등 기량향상을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다"며 "전용구장의 건립과 프로축구의 활성화에
힘을 모아야한다"고 지적했다.

<노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