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루마시(일본) = 김흥구기자 ]]]

<>.US오픈이 끝난후 부리나케 짐을 꾸려 일본으로 날았다. 일본에선 23일
부터 4일간 일본 최고권위 타이틀인 94일본여자오픈이 열리기 때문이다.

일본여자오픈의 권위에 대해서는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일본여자골프의 자존심이 걸려있는 내셔널타이틀이자 총상금액도 여자대회
최고수준인 6,000만엔(약 4억8,000만원)이다. 여기에 우승자는 각종 프로
대회예선을 영구 면제해 준다.

평생 시드권을 준다는 것으로 프로로서는 이이상 우승의 염원이 강한 대회
도 없는 셈이다.

그 일본여자오픈을 향해 한국여자골프가 파도치고 있다. 아마 한국에 골프
가 들어온 이래 한국여자골퍼가 일본골프를 평정할수 있는 최대의 호기가
바로 94년이 아닐까 한다.

"최고 기회"라는 전망은 원재숙(25)이라는 수퍼스타와 "일본킬러" 한희원
(17.서문여고1년)의 존재에 기인한다.

원재숙이 일본LPGA상금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사실 "기적"과 같은
성취이다. 일본여자프로수준은 미국다음이다.

그 경쟁의 무대에서 한국선수가 톱을 달리고 있는 것은 "역사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일만하다.

골프는 "좋을때" 붙잡아야 한다. "앞으로 또 기회가 있겠지"라는 생각은
평생 그대로 끝나는게 골프이다.

94년은 한국여자골프가 가장 좋을때이고 "현재"라는 이 싯점이야 말로
원재숙을 비롯한 한국여자골퍼들이 붙잡아야할 "골프의 싯점"이다.

이번대회에는 원재숙 한희원 구옥희 이영미 김애숙 신소라 김만수 고우순
김정수등 총 9명이 출전한다.

대회장소는 동경 북서쪽으로 약20km 떨어진 이루마시시 무사시CC의
사사이코스(파72)이고 여자대회지만 4라운드경기로 벌어진다.

<>.대회를 하루 앞두고 두명의 선수만 집중 조명해 보자.

우선 원재숙. 원재숙의 골프는 "집념과 오기"로 뭉쳐진 골프이다.

지난89년 제일CC에서 열렸던 신한동해오픈(당시엔 여자부가 있었다)때의
일이다. 대회첫날 구옥희는 69타를 쳤고 원은 무려 77타를 쳤다.

그날밤 안산의 한 호텔에서 KGA(대한골프협회)의 한 임원은 새벽 1시에
복도 한쪽에서 "톡 ,톡"하는 소리를 들을수 있었다.

나가보니 원재숙이 복도의 카페트위에서 퍼팅연습을 하고 있었다. "새벽에
일어나 경기에 나가야 하니 푹 자야한다"는 평범한 권유는 원에게 소용없는
일이었다.

2라운드에서 원은 5언더파 67로 회복했다. 무려 10타를 줄인 것이다. 원은
최종일 구와 우승다툼을 벌이다 비록 패퇴했지만 그같은 정신력이 오늘의
원재숙을 만든것은 분명하다.

원에게는 또 천부적인 운동감각이 있다. 85년쯤 원은 남자국가대표팀에
비공식적으로 끼어 훈련한 적이 있었다. 그때 체력훈련의 일환으로 가끔
축구경기를 했는데 원은 어린나이에도 불구, 남자선수 서너명을 가볍게
제치고 축구볼을 드리블 하곤 했다.

머리 얹으러 나가서 90타를 치고 두번째 필드에 나가 82타를 쳤다는 얘기
역시 원의 천부적재질을 나타내는 일화이다.

그러나 골프는 "집념과 운동신경"만으론 부족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머리회전"도 빨라야 톱수준으로 클수 있다.

원이 결정적순간 쇼트퍼팅을 놓치지는 않는다거나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이 없다는 평판은 기민하게 "현재"를 파악, 자신의 골프를 풀어나간다는
얘기다.

그러한 노련미는 아마국가대표시절의 풍부한 외국경기경험과 기초를 확실히
다져 놓은데서 비롯될 것이다.

86-89년까지 한국아마선수권을 4연패했다는 것도 원의 미래를 일찌감치
예시한것 뿐이다. 이같은 원의 골프에 상금랭킹1위라는 자신감이 가세,
이번 대회를 주시케 하고 있다.

원 역시 이번 기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희원은 93년 전일본아마매치플레이대회우승, 전일본아마선수권 5위에
94년 일본문부대신배여중부우승등으로 일본에서 특히 유명한 "나이어린
아마".

고등학교 1년생으로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여자대표로 뽑힌것만 봐도 한국
여자골프의 미래를 짊어진 재목이다.

한이 국내보다 일본등 외국에서 펄펄 나는것은 그녀가 "빠른 그린"에 특히
강하기 때문이다. 빠른 그린에서의 퍼팅은 대개 잡아 넣지만 그린 컨디션이
조금이라도 느리면 자주 실패하는 속성이 있는 것.

국내대회때 "요만한 것을 전부 놓쳤다"는 한의 푸념이 그린스피드에 따른
기복을 나타낸다.

객관적으로 한은 이번대회에서 커트오프만 통과해도 사실 대단하다.

그러나 "욕심내는 전망"으로는 "베스트아마"까지 노릴수 있다.

베스트아마는 종합순위 20위 안쪽일텐데 그게 신들린듯 발전하면 "90년대의
신데렐라"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일본여자골프의 최대스타인 오카모토 아야코가 무슨일이 있더라도 출전하고
또 지난해 우승까지 했던 일본여자오픈. 그 골프의 현장에서 한국낭자들이
칼을 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