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만큼 국가이미지개선에 기여하는 외교방안은 없다. 히틀러치하의
베를린올림픽유치(36년), 패전후 일본의 동경올림픽유치(64년)가 그 실례.

그칠줄 모르던 민족분쟁에 휘말렸던 레바논이 이러한 역사적 교훈을
답습하고 있어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6일(현지시간) 레바논의 시사이드골프장에서 이집트 요르단 팔레스타인등
8개국 32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제1회 범아랍골프대회가 3일간의
일정으로 개막됐다.

내전기간(75~90년)에 테러리스트와 인질납치범의 천국으로 이름을 날렸던
레바논이 그동안의 국가이미지를 탈색하고 정착단계에 접어든 평화기조를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대회유치에 나선 것. 대회장소도 레바논의 "슬픈
과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불행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레바논인들의
뜻이 곳곳에 묻어있는 곳으로 택했다.

54년 레바논이 "중동의 나폴리"로 불릴때 건립된 이 골프장은 민족분규가
극성을 부리면서 개점휴업상태로 방치됐었다. 클럽하우스에는 폭격으로
부서진 시설물,페이웨이에 흩뿌려진 탄피등 불행했던 과거를 보여주는 사진
이 걸려있어 역사교훈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채로운 것은 전쟁이란 극한적 상황도 골프를 즐기려는 인간의 기본적
욕망을 억제하지 못한다는 것. 이 골프장은 보디가드를 대동하고 방탄복을
입은채 골프를 즐겼던 미외교관의 이야기와 플레이도중 유탄에 맞아 전신
마비에 빠진 중년골퍼의 스토리를 아울러 간직하고 있다.

아무튼 이번대회는 골프대회를 유치, 사회의 안정을 과시하고 암울했던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레바논당국의 지혜가 빛나는 일대사건이라
하겠다.

<김태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