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한국바둑의 야전사령관격이었던 서봉수구단(40)은 요즘 확실히 내리막을
향해 치닫고 있는듯한 느낌이다.

지난해 5월 응창기배에서 일본의 오다케(대죽영웅)구단을 꺾고 "바둑의
황제"로 군림한지 7개월여만에 아무도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이뤄진것이다.

서구단은 지난해 11월10일부터 12월27일까지 9연패에 허덕였고 그와중인
11월25일에는 자신의 유일한 타이틀 국기위를 이창호육단에게 내주며
4인방 체제의 최초 탈락자가 됐다.

이대로 계속가다간 회복불능의 선까지 내려갈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지난달초 진로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일본과 중국기사4명을 잇따라 꺾어
한국의 우승가능성을 더욱 높인 저력을 보여줘 "서구단은 국제용"이라는
찬탄의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국내기전에서 그의 패배는 더욱 깊은 골로
빠져들었다.

그는 응창기배 우승 상금 덕택에 상금수입 4억1천만여원으로 93년 상금
랭킹1위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으나 국내기전 성적은 34승33패(승률50.7%)로
간신히 반타작을 넘기며 기대에 못미쳤다.

서구단의 성적은 승률부문에서 30위권(저.고단진합산)이며 다승부문에서도
20위권에 그친것이다.

서구단의 나머지 4인방에 대한 상대전적도 대 이창호 2승7패 대 조훈현 2승
5패 대 유창혁 1승 5패이다.

특히 응창기배 우승 이후 서구단의 국내기전성적(24승27패)은 50%를 밑돌아
긴장이 이완되고 균형이 상실된 그의 모습을 여실히 볼수 있다.

기왕 패왕 최고위 KBS바둑왕등 4개의 타이틀을 지키며 제자 이창호 육단의
거센 대세장악에 힘겹게 맞서는 그의 영원한 라이벌 조훈현구단과는 아주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 바둑평론가는 "서구단이 응창기배우승이후 긴장도가 떨어진것이 부진의
원인"이라며 "큰승부에서의 승리가 목표상실의 무기력증을 가져온것같다"고
분석했다.

잡초와 같이 야생적인 생명력과 끈기, 실전적 전투력으로 상징되는
서구단의 기풍이 새해들어서는 새로운 도약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바둑팬들의 기대이다.

<최명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