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평균기온 평년보다 1.6도 높은 13.5도
동남아 '괴물열파' 등 세계 곳곳서 '봄 폭염'
잦았던 황사…이 역시 중국 동북지역 고온 탓
작년 봄 이어 올해 봄도 역대 가장 더웠다
꽃들이 순서를 잃고 동시다발로 피면서 기후변화를 실감케 한 올해 봄은 기상 기록상으로도 '가장 더웠던 봄'이었다.

기상청은 9일 봄(3~5월) 기후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 봄 기온 1973년 이후 1위…주 원인은 '따뜻한 바람'
작년 봄 이어 올해 봄도 역대 가장 더웠다
지난 봄 전국 평균기온은 평년 봄 평균기온보다 1.6도 높은 13.5도로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돼 각종 기상기록 기준점이 되는 1973년 이후 봄 전국 평균기온으로는 제일 높았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봄 전국 평균기온 최고 기록이 경신된 것이다.

지난해 봄 전국 평균기온은 13.2도로 1998년과 동률을 이루면서 당시 역대 최고치에 올랐다.

기상청은 기온 등의 순위를 정할 때는 최근을 우선순위로 한다.

올봄이 더웠던 주된 원인은 '따뜻한 바람이 불어든 점'이 꼽힌다.

센 햇볕이 기온을 끌어올린 제일 큰 원인으로 꼽혔던 작년 봄과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지난봄 열대 인도양과 서태평양에서는 이 지역에서 상승한 공기가 인도차이나반도와 중국 남부지방에서 하강하면서 따뜻한 기압능을 발달시켰다.

기압능이 중국 내륙으로 세력을 넓히면서 대기 하층 기온을 끌어올렸고 이에 대륙고기압이 빠르게 이동성고기압으로 변질했다.

이에 우리나라 동쪽에 이동성고기압이 자리하는 일이 잦았다.

북반구에서는 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시계방향으로 바람이 불기 때문에 우리나라 동쪽에 고기압이 자리하면 우리나라로 남풍이 분다.

동쪽 고기압에서 불어든 따뜻한 남풍과 중국 내륙에서 데워진 공기의 유입이 '더운 봄'을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월별로 보면 전국 평균기온이 9.4도로 역대 1위를 기록한 올해 3월의 경우 유라시아대륙에서 데워진 공기가 서풍에 실려 우리나라로 유입되고 이동성고기압 영향 아래 자주 날이 맑아 기온이 매우 높았다.

이례적으로 기온이 높아 올해 3월 부산·대전·청주 등에서 역대 가장 이르게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렸다.

서울 벚꽃 개화일은 역대 두 번째로 일렀다.

4월은 동남아시아를 덮친 '괴물 열파'(Monster Heat Wave)가 우리나라 기온까지 끌어올렸다.

인도차이나반도에서 매우 이상하게 발생한 고온역이 중국 남부지방까지 확장하면서 대륙고기압이 빠르게 이동성고기압으로 바뀌었다.

이에 이동성고기압에 자주 영향받은 우리나라도 더웠다.

5월에는 중순에 더웠다.

5월 중순 우리나라 동쪽이나 남동쪽에 이동성고기압이 자리해 따뜻한 남서풍이 강하게 불어 들고 하늘이 맑아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면서 기온이 높았다.

동해안은 서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건조해지고 더 뜨거워지는 푄현상에 일최고기온이 30도를 훌쩍 넘기도 했다.

강원 강릉시는 지난달 16일 최고기온이 한여름 수준인 35.5도에 달했는데 강릉시 5월 최고기온으로는 역대 제일 높은 것이었다.

작년 봄 이어 올해 봄도 역대 가장 더웠다
올봄 우리나라만 더웠던 것은 아니다.

3월 5일에는 그린란드 누크 기온이 15.2도까지 올라 해당 지역 '3·4월 기온'으로는 최고기온을 기록하면서 빙하가 완전히 녹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같은 달 12일에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기온이 38.8도까지 올라 1952년 이후 70년만에 3월 일최고기온 최고치가 바뀌었다.

4월 들어서는 동남아시아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났다.

4월 15일 태국 북서부 기온이 45.4도까지 치솟으면서 이 지역 4월 일최고기온 역대 최고치에 올랐다.

16일에는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같은 일이 벌어졌다.

당시 다카 기온은 40.6도까지 올랐다.

4월 13~17일 인도 동부에서는 40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휴교령이 내려지고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에서 열사병으로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5월 들어선 6일 라오스 북부 루앙프라방과 베트남 북부 기온이 각각 43.5도와 44.2도까지 뛰면서 해당 지역의 '사상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13일과 29일에는 각각 싱가포르와 중국 상하이 기온이 37도 내외에 이르면서 각 지역 5월 일최고기온 기록이 새로 수립됐다.

◇ 중국 동북지역 덥고 비 적어…황사 관측 평년보다 4일 많아
우리나라 올봄 평균 황사일수는 9.7일로 평년보다 4.4일 많은 역대 7위였다.

서울은 황사가 관측된 날이 15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이 역시 유라시아대륙 봄 더위와 무관하지 않았다.

황사 발원지인 중국 동북지역 기온이 높고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어 황사가 발원하기 쉬운 상황이 이어졌다.

작년 봄 이어 올해 봄도 역대 가장 더웠다
올봄 전국 평균 강수량은 284.5㎜로 평년(222.1~268.4㎜)보다 많았다.

3월과 4월은 이동성고기압 영향권에 놓여 맑은 날이 많아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었지만, 5월 들어서 중국 남부지방에서 발달한 저기압과 기압골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면서 강수량을 늘렸다.

지난봄 지역별 강수량 차가 컸는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는 평년보다 강수량이 많았고 동해안을 중심으로는 적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