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현장 인근서 유가족 등 100여명 참석한 추모식 엄수
"안녕이 쉽지 않아" 광주 학동참사 2주기 눈물의 추모식
"꿈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불쌍한 우리 딸…"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건물 붕괴참사(학동참사) 2주기인 9일 20대 딸을 허무하게 떠나보낸 한 유가족은 추모식 참배객이 헌화한 국화꽃 위로 쓰러지듯 엎드리며 흐느꼈다.

사고가 발생한 지 꼭 2년째 되는 날이지만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슬픔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날 사고 현장 인근에서 열린 추모식에는 유가족을 비롯해 강기정 광주시장 등 내외빈 100여명이 참석했다.

유가족들은 추모식 내내 마르지 않은 눈물을 흘렸고, 참석자들도 엄숙한 표정으로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희생자의 친구 A씨는 "너는 늘 긍정의 에너지로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힘을 북돋아 줬고,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다"며 "꿈 많고 다재다능한 너와 함께할 미래를 기대했었다"고 기억했다.

이어 "인생의 단계를 함께 밟아가며 좋은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알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허전하고 그리워 너와의 '안녕'이 쉽지 않다"며 "그곳에서는 하고 싶은 거 다 해보고 편안하기를 기도하겠다"고 추모했다
"안녕이 쉽지 않아" 광주 학동참사 2주기 눈물의 추모식
유가족 대표 이진의씨도 추모사에서 "하루하루 각자의 방법으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몸부림치고 있지만 사실은 아직도 그 시간 그 자리에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참사 초기엔 사회적 관심과 이슈화로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 많은 협의가 있었지만, 여전히 중요한 법안들이 국회에 머물러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며 "저희와 만나 약속했던 책임자 처벌 강화와 재발방지법안을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추모 공간 조성에 대해서도 "거창한 비석과 건물을 만들어달라는 게 아니다"며 "반대하는 분들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인근 주민도 편히 쉴 수 있고, 남은 유가족이 그리움을 달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추모사를 마친 이 대표 역시 참사로 희생된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며 추모의 마음을 표현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기록하고 기억하겠다"며 "사고 2주기를 맞아 언제 어디서나 안전한 광주를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다.

"안녕이 쉽지 않아" 광주 학동참사 2주기 눈물의 추모식
철거건물 붕괴 참사라고도 불리는 학동 참사는 2021년 6월 9일 오후 4시 22분께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지의 버스정류장에서 발생했다.

철거공사 중이던 지상 5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인도쪽으로 무너지면서 바로 앞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 1대가 잔해에 매몰됐다.

짓눌린 버스 안에 갇힌 17명 가운데 승객 9명이 숨지고, 운전기사와 다른 승객 등 8명은 다쳤다.

재개발사업이나 철거 공사와 무관한 시민이 희생된 사회적 참사였다.

검경 수사와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해체계획서와 안전 지침을 따르지 않은 불법 공사가 붕괴의 직접 원인으로 지목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