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DX노동조합의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가입 추진에 양대 노총은 적잖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DX노조 간부와 조합원 상당수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에서 활동한 데다 양대 노총이 삼성전자 내 세 확장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이송이 DX노조 위원장은 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양대 노총의 극단적인 활동 방식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가입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4월부터 7월 초까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벌인 천막농성을 극단적 투쟁의 예로 들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노사협의회 협상을 거쳐 임금을 전년 대비 9% 인상하고 유급휴가를 3일 신설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하지만 전삼노 측은 “노사협의회를 통한 협상은 노조 무력화”라며 자신들과의 별도 교섭을 요구했다. 임금 인상 수준이 최근 10년간 최대 폭이었고 전삼노가 삼성전자 전체 임직원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농성을 강행했다.

전삼노의 상급 단체인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은 ‘삼성 불매운동’까지 벌이겠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험악한 언행으로 세를 과시하는 과거 노동운동 형태를 답습하면 직원들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며 “전삼노가 구성된 지 5년 가까이 됐는데도 조합원 수가 1만 명이 채 안 된다는 것이 그 증거”라고 꼬집었다.

이 위원장은 상급단체에 경도된 노조활동에 대한 조합원의 거부감도 이유로 들었다. 그는 “삼성 직원들은 자사 노조가 양대 노총과 같은 상급 단체에 휘둘리는 것에 반감을 갖고 있다”며 “협의기구 성격인 새로고침협의회에 대해선 비교적 거부감이 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계열사 노조 가운데 새로고침협의회 가입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미 복수의 삼성 계열사 노조가 가입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