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기록 남겨야" 묵묵부답에도 질문 거듭…재판부 허용
4년 넘긴 재판 막바지…올해 안에 1심 선고 나올 듯
임종헌, 양승태 '사법농단' 재판서 200여차례 증언 거부(종합)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이른바 '사법농단' 재판에 증인 자격으로 출석했지만 증언을 거부했다.

임 전 차장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이종민 임정택 민소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이날 공판에서 검찰의 200여개 질문에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반복하며 답하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증언거부사유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형사소송법 148조는 자신이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으면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임 전 차장은 사법농단 사건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을 역임한 핵심 인물로, 양 전 대법원장보다 앞선 2018년 11월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재판부가 "(증언거부가) 형사재판 받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취지인가"라고 묻자 임 전 차장은 "그렇다"고 짧게 답했다.

검찰의 질문과 임 전 차장의 같은 답변이 반복되자 피고인의 변호인 측은 "하나하나에 대해 이런 식으로 반복하는 것은 소송경제(법원과 당사자가 들이는 비용과 노력을 최소한으로 하는 것)에 반하는 것"이라며 "신문사항을 (문서로) 증인에게 제시하고 답할 것이 없다면 이를 갈음하는 소송지휘권을 발동해 달라"고 요청했다.

임 전 차장 본인도 "무의미한 것(신문)은 형법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재판부가 정하겠지만 이런 식의 신문 방식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본인의 재판에서는 적극적으로 사실관계와 법리적 다툼을 하고 있음에도 이 자리에서는 응하지 않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대법원 판례상 증인의 권리는 검사의 질문 자체를 봉쇄할 수 있는 권리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주요 질문이 무엇인지 소송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다"며 "증언 거부를 감안해 압축적이며 핵심적인 흐름에 관한 질문권 행사는 허용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검사는 계속 물어보고 증언 거부할 내용이 있다면 거부하고 답변할 내용이 있다면 답변하라"며 신문 절차를 계속 진행키로 했다.

임 전 차장은 증언 거부를 반복하면서도 일부 질문에는 "플리바게닝(유죄협상)에 입각한 주관적 생각", "상상력을 발휘한 질문", "터무니없다" 등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왜 터무니없느냐는 검찰의 물음에 증언 거부 입장을 반복하며 "증인으로 출석한 거지 피고인으로서 검사님께 신문을 받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쏘아붙였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은 2019년 2월11일 47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약 4년4개월째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여러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해 지연시키고 사법행정을 비판한 법관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준 혐의 등을 받는다.

재판부는 매주 한 차례 열던 재판을 이달부터 주 2회씩 열어 집중 심리에 들어간다.

증인신문은 임 전 차장이 사실상 마지막인 만큼 내달 중순으로 예정된 절차가 끝나면 검찰과 피고인의 최종 변론을 듣는 결심공판이 열린다.

이에 따라 1심 선고는 올해 4분기 안에는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임 전 차장이 증언 거부를 계속할 경우 공판 진행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질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재판부는 "증인이 증언을 전면 거부하면 12회까지 증인 신문을 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임종헌, 양승태 '사법농단' 재판서 200여차례 증언 거부(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