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빠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긴 육아휴직을 쓸 수 있지만 실제 사용률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6일 OECD에 따르면 한국은 2021년 기준 육아휴직자 가운데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대에 불과했다. 스웨덴 아이슬란드 포르투갈 노르웨이 등 육아휴직 남성 할당제를 시행하는 나라와 덴마크는 육아휴직자 중 남성이 40%를 넘었다. 룩셈부르크는 이 비율이 53%에 달했다. 여성보다 육아휴직을 쓰는 남성이 더 많다는 뜻이다.

스웨덴에서는 출생아 100명당 300명 넘는 남성이 육아휴직을 썼다. 여러 차례 나눠 사용한 것이 포함된 수치다. 한국 호주 오스트리아 체코 프랑스 등 8개 OECD 회원국에서는 출생아 100명당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이 10명도 되지 않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0년 OECD 자료를 인용해 한국은 출생아 100명당 여성 21.4명, 남성 1.3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정보가 공개된 OECD 19개국 중 한국의 육아휴직 사용 일수가 가장 적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약 60%로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것을 고려하면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이 낮다는 점은 더 두드러진다고 꼬집었다.

한국은 제도와 실제 사용률 간 괴리가 특히 큰 국가로 꼽힌다. OECD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 아빠들이 유급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은 52주다. 일본과 함께 OECD에서 가장 길다.

프랑스는 아빠들의 육아휴직 기간이 26주, 아이슬란드는 20주다. OECD는 한국 여성이 출산 후 배우자보다 더 긴 육아휴직을 쓰는 편이며 이는 남녀 임금 격차를 벌어지게 하는 이른바 ‘모성 페널티’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성이 여성에게 양도할 수 없는 육아휴직 권리를 부여받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OECD에 따르면 아이슬란드는 2000년대 초 ‘아빠 엄마 쿼터’를 도입했고 이후 3%에 불과하던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이 약 45%까지 높아졌다.

한국은 26년째 OECD 회원국 가운데 남녀 임금 격차 1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31.1%다. 이스라엘(24.3%) 일본(22.1%) 라트비아(19.8%) 에스토니아(19.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남녀가 주로 종사하는 직무가 달라 임금 차이가 당연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직무, 직종, 사업장이 같은 남녀 간의 임금 격차도 주요국 중 최상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과학저널 ‘네이처 인간 행동’에 따르면 한국의 직무별 남녀 성별 임금 격차는 18.8%로 주요 15개국 중 2위였다. 1위는 일본(25.7%)이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