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청담동 지프 전시장에서 이우진씨가 랭글러 차량을 설명하고 있다. 권용훈 기자
지난 9일 서울 청담동 지프 전시장에서 이우진씨가 랭글러 차량을 설명하고 있다. 권용훈 기자
지난 9일 오후 3시 서울 청담동의 한 지프(jeep) 전시장. 보랏빛으로 반짝이는 랭글러 차량을 꼼꼼하게 소개하던 30대 수입차 딜러를 만났다. "수 십년 동안 바뀌지 않는 지프 차량 고유의 감성에 매력을 느낀다"는 그는 속사포로 브랜드 역사에 대해 읊어내려갔다.

▷간단히 자신을 소개하자면.
안녕하세요. 지프 차량만 16년째 판매하고 있는 38살 이우진이라고 합니다.

▷직업 만족하나요.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에는 광고·마케팅 회사에 일했었어요. 정해진 월급과 업무에 지쳐 이 직업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자동차를 소개하고 능력껏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고 있죠 (하하).

▷도전 결과는 어땠나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결과가 나쁠 리가요 (웃음). 2008년 지프 청담 전시장에 입사한 뒤로 2013년부터 작년까지 '전국 지프 판매왕' 상을 받았어요. 2021년부터는 매년 450대 이상을 판매해 수입차업계 전 세계 1위를 거머쥐기도 했습니다. 다른 회사로부터 '러브콜'도 많이 받았는데 끝까지 이곳에 남았습니다. 그 후 최연소 이사직을 달고 3000여명의 고객을 관리하고 있어요.

▷영업 비결이 뭔가요.
단순합니다. 덜 남기고 더 뛰면 됩니다 (웃음). 사실 자동차를 사는 고객이 뭘 원하는지 고민했습니다. 고민의 결과는 '사후 관리'였어요. 차만 파는 딜러가 아니라 꾸준히 고객을 관리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죠. 저를 통해 차를 산 고객과 접점을 늘리기 위해 동호회 카페도 운영해 매년 정기 모임을 만들었어요. 기본적인 정비는 물론 사고가 나면 대차·탁송 서비스도 제공했습니다. 출장 시승, 세차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수입차의 약점인 서비스 부족문제를 개인적으로 도와드린다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이게 제 성공 비결인 것 같습니다.
이우진씨가 수년간 받아온 상패들.
이우진씨가 수년간 받아온 상패들.
▷지프를 선택한 이유는.
자동차 딜러라면 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대표 자동차업체 세 곳에서 가장 근무하고 싶어 합니다. 저는 틈새시장을 노리고 싶었어요. '자동차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지프 고유의 감성과 사륜구동이라는 특성을 강점으로 살려보겠다고 생각했어요.

▷국내에서 생소한 브랜드 아닌가요.
지프는 국내에서 2번이나 수입차 1만대 클럽에 가입한 브랜드에요. 물론 독일 대표 3사에 비해 인지도는 약하지만, 단일 브랜드로만 봤을 때는 마니아층이 많이 형성돼 있어요. 최근 캠핑 문화와도 잘 어울리는 차이기 때문에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월급은 얼마나 받나요.
월급은 기본급 200만원만 받아요. 여기에 수당과 인센티브가 더해지는 체계입니다. 본인의 실적에 따라 받는 금액이 달라집니다.
이우진씨가 고객의 자택에 주차된 차량을 직접 세차하고 있는 모습.
이우진씨가 고객의 자택에 주차된 차량을 직접 세차하고 있는 모습.
▷업계 전망이 어둡다는 시선도 있던데.
"미래에는 자동차 딜러가 사라질 텐데 이 일을 왜 하냐"는 말도 들었어요. 테슬라처럼 사람을 통해 사지 않으면 더 싸게 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첨단기술이 발전하고 시스템이 좋아져도 딜러 수요는 계속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40~50대 고객들은 차를 타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관리받고 싶어합니다. 제가 그 부분을 해결해주니 계속 저를 찾아주시고요.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신차 상담, 고객 방문 시 시승, 차량 출고를 위한 서류 작성, 차량 등록, 서비스 차원의 사후관리 등을 하고 있습니다.

▷야근이 많은 편인가요.
야근은 자유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야근을 싫어해요 (웃음). 고객과의 약속이 저녁인 경우에만 합니다.

▷딜러로 일하면 장점은 뭔가요.
업무시간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습니다. 외근이 많아서 사무실에만 갇혀있는 답답함이 없습니다. 다양한 직업의 고객들과 만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지난 9일 서울 청담동 지프 전시장에서 이우진씨가 브랜드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권용훈 기자
지난 9일 서울 청담동 지프 전시장에서 이우진씨가 브랜드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권용훈 기자
▷고객을 만족시키는 노하우가 있다면.
친절이죠. 무조건 친절하게 응대하고 친절하게 답변 드립니다. 먼저 안 된다고 말씀드리기보다는 일단 노력해보고 도저히 불가능한 요구면 안 된다고 말씀드리는 편이에요.

▷가족이나 지인에게 추천할만한 직업인가요.
노력하고 일한 만큼 번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는 게 영업입니다. 도전적인 사람이라면 가족, 그리고 지인 모두에게 제 직업을 추천하고 싶어요.

#직업 불만족(族) 편집자주
꿈의 직장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에서도 매년 이직자들이 쏟아집니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바야흐로 '대(大) 이직 시대'입니다. [직업 불만족(族)]은 최대한 많은 직업 이야기를 다소 주관적이지만 누구보다 솔직하게 담아내고자 합니다. 이색 직장과 만족하는 직업도 끄집어낼 예정입니다. 모두가 행복하게 직장 생활하는 그날까지 연재합니다. 아래 구독 버튼을 누르시면 직접 보고 들은 현직자 이야기를 생생히 전해드리겠습니다. 많은 인터뷰 요청·제보 바랍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