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22일 부산 부산진구 한 오피스텔 1층 복도에서 가해자(뒤쪽)가 피해자를 발로 가격하는 모습이 담긴 CCTV 화면. /사진=피해자 측 변호사 제공
지난해 5월 22일 부산 부산진구 한 오피스텔 1층 복도에서 가해자(뒤쪽)가 피해자를 발로 가격하는 모습이 담긴 CCTV 화면. /사진=피해자 측 변호사 제공
지난해 부산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의식을 잃게 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인 30대 남성의 신상이 한 유튜버에 의해 공개된 가운데, 피해자 측이 불법적인 신상 공개가 재판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5일 피해자 A씨와 그의 변호인은 YTN '뉴스앤이슈'와의 인터뷰에서 "(신상 공개를 한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와) 신상 공개와 관련해서 어떤 의견인지에 대해 인터뷰는 했으나, 제가 직접 요청한 것은 없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카라큘라 탐정사무소'는 지난 2일 가해자 B씨의 얼굴 사진과 이름·나이·주거지 등 신상을 공개했다. 현재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495만회를 기록하며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영상에서 유튜버는 A씨와의 인터뷰를 공개하며 "(공개로 인한) 보복 범죄는 물론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고, 피해자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고심 끝에 공개를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A씨는 이날 YTN과의 인터뷰에서 "피해자에게 동의를 구하거나 신상 공개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은 했나"는 진행자의 질문에 "동영상이 업로드된 걸 보고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A씨는 가해자에 대한 신상 공개를 원했지만, 합법적인 절차에 따른 공개를 원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상 공개는 수사 단계와 법원 판결 단계에서 가능한데, 이번 사건 가해자 신상 공개는 수사 단계에서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법원 판결이 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가해자에게) 그렇게 복수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많은 분이 안전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저도 아직도 합법적인 절차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며 "그래서 더 많은 분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거지, 제가 그분한테 기분을 나쁘게 하려고 하는 그런 얕은수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의 변호인도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재판부에 요청해 신상정보를 공개하게끔 하자는 입장은 애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는 애초에 처음부터 이 사건은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는 것을 주장해 왔고, 그러한 측면에서 신상정보도 공개가 되어야 한다는 측면으로 말한 것"이라며 "사적인 제재나 이런 부분으로 공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해당 유튜버도 이날 밤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돌려차기 강간 및 살인미수 사건의 가해자 신상 공개와 관련해 피해자분의 요청이나 사전 동의가 없었음을 분명히 알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공익성을 표방하며 범법 행위를 애써 정당화하려거나 부인하고 싶지 않다"며 "저의 모든 위법 행위를 인정하며 당당하게 전과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사법기관의 범죄자 신상 공개에 대한 현재의 모호한 기준과 무분별한 행위에 대해 관련법 개정을 통해 보다 명확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기회기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31일 부산고법 형사 2-1부(최환 부장판사)는 B씨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징역 35년, 위치추적 장치 부착, 보호관찰 명령 20년을 각각 구형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