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스타트업 원도심 살린다…관광객 "공항 내리자마자 왔어요"
변화의 바람 부는 원도심 "가게 매출 20배 이상 올랐다"

5일 오전 제주시 원도심인 남문사거리 인근 한 디저트 가게 앞.
'공동화?' 제주 원도심이 이젠 MZ 관광객 찾는 '핫플'
빗방울이 떨어지는 궂은 날씨인데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제주에 왔으니 반드시 맛을 봐야 한다'며 제주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렌터카를 타고 가게 앞으로 모여든 MZ세대 관광객들이었다.

해당 가게는 제주 해녀가 채취한 우뭇가사리를 재료로 푸딩을 만들어 판매하는 제주관광 스타트업 '우무'이다.

제주 땅에서 나고 자란 로컬 식재료로 제주만의 특색 있는 푸딩을 만들 뿐만 아니라 비누와 핸드크림 등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가 제주 기반 관광 스타트업을 발굴해 지원하는 'J-스타트업' 2기 대상자로 2019년에 선정된 뒤 지금까지 5년째 성업중이다.

제주시 한림에 1호점으로 시작해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제주시 원도심에 2호점을 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 관광길이 막히자 많은 내국인 관광객이 제주를 찾았고, 제주 관광스타트업은 그들의 입맛과 취향을 사로잡았다.

가게의 등장으로 도심 공동화 현상이 진행돼 침체의 늪에 빠진 이 일대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 어떤 가게를 열어도 되지 않을 것 같은 이곳에 제주도민이 아닌 관광객들이 찾기 시작한 것이다.

'공동화?' 제주 원도심이 이젠 MZ 관광객 찾는 '핫플'
제주시 원도심은 지금은 사라져 흔적만 남은 제주성(濟州城) 일대 지역으로, 행정구역상 일도1·건입·삼도2·이도1동 등 4개 동을 포함한다.

과거 제주도청과 교육청, 경찰국 등 각급 기관을 비롯해 대학과 고등학교, 상업·금융 관련 시설 등이 모두 원도심과 주변 지역에 집중돼 있어 패션·쇼핑의 중심지로 '제주의 명동'이라 일컬어질 정도였다.

문제는 원도심 외곽지역으로 도시개발이 이뤄지면서 주요 행정기관과 교육기관이 옮겨가자 원도심 일대는 30여년 간 침체기로 접어들었다.

'우무'의 박지훈 대표는 "이곳에 처음 들어왔을 때 원도심 골목이 많이 침체해 있었고, 관광객이 전혀 유입되지 않는 곳이었다"며 "하지만 한림에서 먼저 가게를 운영하면서 관광객들이 찾자 주변 상권이 변화하는 걸 알았고, 이곳에 2호점을 내면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젊은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메뉴 등을 주변 가게 사장에게 추천하는 등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도움을 줬고, 괄목할만한 성과로 이어졌다.

사업 초기 가게 100m 인근 지역에 10개 미만이던 가게들이 현재 카페와 음식점 등 20∼30개로 늘어났다.

술집이던 한 가게는 박 대표 권유로 메뉴를 '보말 칼국수' 단일 메뉴로 업종을 바꾼 뒤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찾는 유명 가게로 탈바꿈했다.

'공동화?' 제주 원도심이 이젠 MZ 관광객 찾는 '핫플'
음식점 주인인 최홍식씨는 "동네가 좀 죽은 동네라서 유동 인구도 별로 없고 그랬는데, 관광객이 찾는 식당으로 바뀌면서 매출이 이전보다 20배 이상 올랐다"고 귀띔했다.

자동차로 3∼5분 거리에도 2020년 'J-스타트업' 3기로 선정된 가게가 성업 중이다.

제주 대표 특산품인 말고기를 바탕으로 MZ세대 기호에 맞게 판매하는 '말고기연구소'는 가게 오픈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는 유명 맛집이다.

가게가 잘 되자 주변에 새로운 가게가 하나둘 늘어났다.

1주일 전에도 가게 바로 앞에 카페가 새로 오픈했고, 인근에도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는 등 원도심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들 제주관광 스타트업을 찾은 관광객들의 발걸음도 원도심 주변으로 향했다.

경기도에서 관광 온 뒤 바로 디저트 가게를 먼저 찾았다는 김성희씨는 관광 일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근처 동문시장을 돌아볼 예정이고요.

그다음에 근처에 유명한 빵집이 있다고 해서 그쪽으로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라도 나주에서 제주로 '한달살이' 왔다는 김혜민씨 가족은 말고기 연구소에서 식사한뒤 "잠깐 동문시장에 들러 장 보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화?' 제주 원도심이 이젠 MZ 관광객 찾는 '핫플'
동문시장 앞 제주시 탐라문화광장 일대도 변화를 겪고 있다.

제주 원도심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하천인 산지천 하류인 이곳은 밤만 되면 노숙자와 주취자들, 그리고 성매매 호객행위로 몸살을 앓던 곳이다.

하지만 2020년 'J-스타트업' 3기로 선정된 '제로포인트트레일'을 비롯해 여러 새로운 가게들이 자리 잡으면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해발 0m 지점인 이곳 산지천변에서부터 한라산 정상까지 두 발만으로 걸어 올라가는 챌린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제로포인트트레일'의 유아람 대표는 "2020년 사업 초기만 하더라도 새벽 3∼4시부터 프로그램 참여자가 이곳에 오는데 그때 (성매매 업소의) 호객행위가 심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물론 지금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과거 오후 6시만 돼도 인적이 끊기며 우범지대로 바뀌던 이곳이 이제는 차를 마시러 오고 밥을 먹으러 오는 사람이 생기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강문석 제주관광공사 관광산업혁신그룹 PM은 "관광스타트업들이 지역에서 자리 잡고, 매해 성장할 수 있도록 제주다움을 반영한 상품개발과 성과 창출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며 "앞으로 관광스타트업 성장과 원도심 활성화,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동화?' 제주 원도심이 이젠 MZ 관광객 찾는 '핫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