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 쓰레기 분류, 오롯이 사람 몫"…"품 많이 드는 일"
수거한 페트병 더미, 곳곳 알록달록 라벨·병뚜껑…단속은 0건
[르포] 갈길 먼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여전히 규정 안 지켜"
"쓰레기 아닌 쓰레기를 골라내는 게 힘들지요.

환경의 날인 5일 오전 8시께 대구 수성구 생활자원회수센터.
새벽 수거를 나갔던 쓰레기차들이 속속 들어오며 생활 쓰레기를 쏟아냈다.

색바랜 소형 전자제품부터 장난감, 종이상자, 음식물이 덕지덕지 묻은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쓰레기가 한데 뒤섞여 있었다.

대부분은 플라스틱 쓰레기였다.

갖가지 쓰레기가 뒤섞인 플라스틱 무더기가 눈에 들어왔다.

대구시 자료에 따르면 수성구에서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수거된 플라스틱 쓰레기양은 680t이다.

그중 투명 페트병은 163.7t으로 24.1% 정도다.

일일 수거가 마무리되는 오후에는 건장한 성인 남성 키를 웃도는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가 쌓인다.

혼합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류하는 건 오롯이 사람의 몫이다.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쉴 새 없이 밀려 들어오는 쓰레기를 분류하는 작업자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르포] 갈길 먼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여전히 규정 안 지켜"
수성구 생활자원회수센터 이상욱 수석본부장은 "쓰레기 중 재활용할 수 없는 쓰레기가 혼합돼 들어오는 것을 골라내는 것이 가장 품이 많이 드는 일"이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이 본부장은 "자동으로 투명 페트병을 분류하는 기계가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며 "혼합 배출된 쓰레기가 많아 1차 선별에서는 아직 사람 손이 가장 필요하다"고 했다.

투명 페트병 수거율에 대해서도 "차츰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배출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모습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수성구는 5∼6월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을 독려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주택이나 상가 앞의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자루에 모인 플라스틱은 갖가지 색이 뒤섞인 모습을 보이기 일쑤다.

생활자원회수센터에 쌓인 투명 페트병 더미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곳곳에 알록달록한 라벨과 병뚜껑이 보였다.

[르포] 갈길 먼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여전히 규정 안 지켜"
수성구 자원순환과 담당자는 "공동주택은 분리배출이 비교적 잘 이뤄지지만, 상가나 개인주택의 경우 아직 미비한 모습을 보인다"라고 분리배출의 현실을 전했다.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제도는 공동주택(아파트)을 대상으로 2020년 12월부터 시행됐고, 2021년 전면적으로 확대됐다.

2022년 12월 25일까지의 계도기간이 끝나고 올해부터는 제대로 분리배출을 하지 않으면 최대 3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수성구 관계자는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인식과 관련해 환경부에서 각 지자체에 자체적인 계도와 홍보를 당부했다"며 "단속보다는 집중 홍보 기간을 갖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성구에서 올해 적발된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위반은 한 건도 없다.

다른 구에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이 본부장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생활폐기물의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 교육이 필요하다"며 분리배출 교육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1995년에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되고 28년이 흐른 현재,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는 일상에 완전히 정착됐다.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시행 3년째.
분리배출 일선 현장의 직원들은 "까마득해 보이는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도 일상에 하루빨리 정착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르포] 갈길 먼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여전히 규정 안 지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