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크나큰 아픔"…오는 9일 참사 현장서 2주기 추모식
광주 '학동참사' 추모공간 조성 논의 여전히 제자리
사상자 17명을 낸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지 철거건물 붕괴참사(학동참사)의 2주기를 기리는 추모 행사가 사고 현장에서 열린다.

3일 광주시와 동구에 따르면 추모식은 참사 2주기 당일인 오는 9일 오후 4시 20분에 시작된다.

사고 발생 시각인 오후 4시 22분에 맞춰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의 시간이 예정됐다.

장소는 2년 전 현장수습본부를 꾸렸던 주차장으로, 참사가 발생한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지 내 시내버스 정류장 바로 옆이다.

추모식에는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시민 추모객, 광주시와 동구 관계자 등이 참석한다.

2주기 추모식에는 참사 당시 희생자 수습과 부상자 구조에 헌신했던 소방구조대원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식순이 마련됐다.

광주 '학동참사' 추모공간 조성 논의 여전히 제자리
2021년 6월 9일 오후 4시 22분께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는 철거공사 중이던 지상 5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바로 앞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 1대가 잔해에 매몰돼 승객 9명이 숨지고, 운전기사와 다른 승객 등 8명은 다쳤다.

열여덟 고등학생,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엄마를 만나러 가던 막내딸, 아들 생일에 장을 보고 집으로 향하던 어머니 등이 한날한시에 목숨을 잃은 참극이었다.

검경 수사 결과 건축물 해체계획서와 안전 지침을 따르지 않은 불법 철거 공사가 붕괴 원인으로 밝혀졌다.

철거 공사를 맡긴 HDC현대산업개발의 현장소장, 불법 철거를 강행한 하도급·재하도급 업체 관계자, 단 한 번도 현장 확인을 안 한 감리자 등 붕괴 직접 책임자로 지목된 9명이 형사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광주 '학동참사' 추모공간 조성 논의 여전히 제자리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하지 않도록 막고 시민이 참사를 기억하도록 추모 공간을 조성하는 논의는 유가족과 재개발사업 조합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아 2년간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유가족은 참사 현장 경계에 있는 공유지에 추모 비석이나 상징물을 설치하는 대안까지 검토 중이다.

희생자들이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낸 '운림54번' 시내버스 차체를 보존하는 방안도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유가족 요구로 폐차 절차가 중단된 버스 차체는 광주시가 제공한 북구 두암동 각화정수장 내 여유 공간에 임시 보존됐다.

참사가 발생한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 남은 건물을 철거하는 공사는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보상 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일부 상가와 종교시설, 존치가 결정된 사업지 한복판의 교회를 제외하면 건물 해체 공정은 끝난 단계이다.

광주 '학동참사' 추모공간 조성 논의 여전히 제자리
이진의 유가족 대표는 "많은 시민이 아픔에 공감했고, 다시는 재발해서는 안 될 참사인데 지금껏 추모 공간도 마련하지 못했다는데 크나큰 아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남은 과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완성해 오는 9일 2주기 추모식에서 구체적으로 밝힐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