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은 더이상 학교 안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 학교폭력 가해자로 알려진 유명인들은 더 이상 대중 앞에 서기 어려운 시대다. 일반인이라 해도 대학입시 등에서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교육부는 앞으로 대학입시에서 수시 뿐 아니라 정시에도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반영하는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마무리 되면서 학교폭력은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피해응답률은 2.0%로 2021년 1.2%에 비해 0.8%포인트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0%와 동일한 수준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폭력으로 인한 구성원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학교폭력 재발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학교폭력 예방과 관계회복에 주안점을 둔 긍정의 학교문화 조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위해 ‘사이좋은 관계가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처벌뿐 아니라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젝트는 크게 3가지 체계로 이뤄진다. 학생이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긍정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상호 존중의 관계를 맺는 ‘관계맺음’, 공감의 대화를 통해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함으로써 서로의 관계를 회복하는 ‘관계이음’, 학생참여 중심의 활동을 바탕으로 개인의 성장과 평화로운 학교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관계돋움’이다. 큰 세 개의 줄기를 42개 세부프로그램이 촘촘히 뒷받침하고 있다. 기존 ‘관계회복’ 중심의 정책을 학교 폭력 사안의 발생 전후까지 확장한 개념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폭력 사안 발생 시에만 진행됐던 기존의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사안 발생 전후까지 확대해 운영해 예방교육의 패러다임이 전환될 것”이라며 “팬데믹 이후 학교폭력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안전하고 평화로운 학교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계회복은 ‘학교폭력의 은폐, 축소’가 아니라는 게 서울시교육청의 설명이다. 관계회복 프로그램은 화해를 종용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소통을 일차적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관계회복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해서 학교장 자체해결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관계회복 프로그램은 사안처리 절차를 대신할 수 없다.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진행이 이뤄질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관계회복 프로그램 진행은 사안처리를 갈음하거나 심의위원회의 조치 변경 또는 경감 등의 조건부로 진행할 수 없다”며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진솔하게 표현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경험을 통해 관련 학생의 회복과 성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관계회복 프로그램은 양측 학생이 동의할 경우에만 진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 명이 중단하고 싶으면 중단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해서 갑자기 사이가 좋아지거나 개선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를 위해 학교 및 교사는 사전에 가급적 보호자와 면담을 진행해 프로그램 취지를 잘 이해시켜야 한다. 관계회복은 서로 소통함으로써 안전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양측 학생이 학교 및 일상생활과 또래와의 관계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추는 배경이다.

피해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필요하다. 푸른나무재단은 “피해학생에 모든 단계 시작 시 현재 마음과 생각, 2차 피해(재발 및 보복 등), 참여 의사 등을 확인함으로써 관계회복 프로그램 진행이 강제적인 것이 아닌 피해학생 의사를 우선으로 고려해 진행됨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